경영전략로봇, 외로운 사람에겐 도움되지만 인간관계엔...

로봇, 외로운 사람에겐 도움되지만 인간관계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최근종영한 TV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러지'라는 가상의 질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배우 유승호 분)이 인공지능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배우 채수빈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고립된 삶을 살아 온 주인공은 극중에서 로봇 청소기에 '이쁜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로봇의 생일 파티까지 챙겨준다.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의 주인공(좌측)이 로봇 청소기(우측)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장면/출처 네이버TV에서 캡처
네가 내 품에 안긴 지도 벌써 1년. 그 작은 몸으로, 헌신이 무엇인지 내게 매일 보여줬지. 우직하고 사려깊은 내 우렁각시. 해피 버스데이 우리 이쁜이. 자, 생일선물. 새 배터리 달고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줘야 돼?
주인공은 로봇 청소기 구입 1주년을 맞아 새로운 배터리를 교체하는 시점에서 위와 같은 '닭살 멘트'를 서슴없이 던진다.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주인공에게 로봇은 그의 고독하고 외로운 삶을 달래주는 '절친'으로 묘사된다.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허무맹랑한 설정일까?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꽤 타당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원래 사회적 관계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거나 페이스북 같은 가상 공간에서 친구를 늘리는 등의 방식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려 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돼 왔다.
출처 Pixabay
최근 미국 드폴대, 캔자스대, 미시간대 공동 연구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사회에서 소외돼 외로움을 느끼는 인간이 실제 사람이 아니라 의인화(擬人化)된 제품(anthropomorphic products)과 상호 교류할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에 대해 탐구했다.연구진은 아마존이 운영하는 크라우드 소싱 기반 인력시장 서비스인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 지식 아르바이트 중계 플랫폼)를 통해 327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이후 참가자들이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접속한 다른 3명과 서로 공을 주고받는 사이버볼(Cyberball) 게임을 수행하도록 했다. 
사이버볼(Cyberball) 게임/ 출처 퍼듀대 사이버볼 소개 홈페이지
게임은 총 4명이 30번의 공을 주고받는 것으로 구성했다. 이때 사회에서 배제되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일부 참가자에겐 처음 3번만 공을 받게 한 후 그 다음부터는 나머지 3명끼리만 공을 주고받도록 게임을 조작했다. 즉, 처음에만 게임에 끼워주고 이후엔 철저히 '왕따'를 시킨 것이다. 반면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는 조건에선 실험 참가자를 포함해 총 4명이 모든 과정에 공평하게 참여하도록 해 대략 7~8회(약 4분의 1)씩 공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이 끝난 후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세 가지 모양의 룸바(Roomba) 진공청소기를 보여줬다. 하나는빙그레 웃고 있는 사람 얼굴 모양의 청소기(의인화된 룸바)였고, 다른 두 개는 각각 90도 옆으로 회전시킨 상태(비의인화된 룸바)와 바닷가 해변 배경이 덧입혀진 형태(비의인화이면서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룸바)로 보여줬다.
출처 Mourey et al. (2017)
이후 참가자들에게 “다음 달에 가족이나 친구와 전화로 통화할 때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통화할 예정인가요?"를 7점 척도(1은 아주 짧게, 7은 아주 길게)로 물었다. 분석 결과, 사회에서 배제된 조건의 경우엔 웃는 얼굴 모습의 청소기(의인화된 룸바)를 본 사람들(3.25)이 90도 회전된 모습의 청소기(3.87)나 해변 배경이 덧입혀진 청소기(4.15)를 본 사람들에 비해 가족이나 친구에게 더 적은 시간을 쓸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은 조건에서는 룸바의 의인화/비의인화 여부가 가족이나 친구와의 통화 시간 예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우 의인화된 제품과 상호 작용을 하면 실제 살아있는 인간과 상호작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영화 '엑스 마키나'에선 인공지능 여성형 로봇이 남자 주인공을 교묘하게 유혹해 밀폐된 개발실을 탈출하는 데 이용하고 죽게 내버려둔다/출처 네이버영화
연구진은 또다른 실험도 진행했다. 2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두 그룹으로 나눠, A 집단에는 어떤 중요한 사건에서 자신이 배제됐던 경험에 대한 에세이를 쓰게 했고, B 집단에는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글을 쓰도록 했다. 이후 이들 모두에게 의인화된 룸바(웃는 얼굴 모양의 룸바)를 보여준 후 그 중 절반에게는 "룸바가 당신을 향해 미소짓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인간이 아니라 기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라는 말을 더해줬다. 그 후 본인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지를 측정한 결과, 중요한 이벤트에서 배제됐던 경험을 적은 응답자들은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라는 설명이 없을 때 사람에 대한 필요가 감소(8점 척도 중 3.14)했고, 기계라는 설명을 들었을 경우 사람에 대한 필요가 증가(8점 척도 중 3.78)했다. 단순히 어제 일과에 대해 에세이를 쓴 참가자들에겐 룸바가 기계라는 설명이 있건 없건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
출처 Unsplash
예전에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필수적이었지만, 이젠 인간의 형태를 가진 제품이 늘어나며 실제 인간관계가 옅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장기적이지 않으며, 공산품과 사람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없어진다.요즘 애플의 ‘시리’,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등 사람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AI)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간을 닮은 AI 제품이나 의인화된 제품을 만들 때 진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줄이지 않는 방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Mourey, J. A., Olson, J. G., & Yoon, C. (2017) Products as pals: Engaging with anthropormorphic products mitigates the effects of social exclusion.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4(2): 414-431.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225호
필자 주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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