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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 음악과 현대무용의 콜라보? 안은미의 '창업가 정신'에서 찾은 성공 비결

[DBR/동아비즈니스리뷰]검은 테이프를 그물처럼 몸에 칭칭 감은 십수명의 댄서들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춤을 췄다.배경음악은 현대 무용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이른바'뽕짝'이었다.관객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극과 극'.한국 무용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무용가 안은미가 받은 평가였다.
'뽕짝' 음악에 맞춰 기괴한 형태로 몸을 흔들자. 아리랄 알라리오
안은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파격적인 무용가로 꼽힌다. 수많은 새로운 장르의 춤을 시도한 탓에 무용계의 '모난 돌'로 불리기도 했다. 오직'무엇을 파괴하고 무엇을 새롭게 창조할 것인가'에만몰두했던 그는 마침내 한국 무용계의 악동에서 대모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18년 현재, 그의 무용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의 예술 활동은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고 기존에 없었던 시장을 창출해 내는 일종의'창업가 정신'과맞닿아 있다.
언뜻 보면 기괴한 느낌마저 드는 안은미의 현대무용
기존 현대 무용과 안은미가 생각했던 무용의 차별점
절대 복사기가 되지 않겠다
이른바 '빡빡머리'로 춘향을 연기한 무용가 안은미
현대무용은 창의적인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춤으로, 비교적 규칙에서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초기 한국의 현대무용은 서구의 무용 기술이나 기법을 따라가는 데만 급급할뿐, 트렌드를 좇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작품의 시도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은미는 누구보다 이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절대 복사기가 돼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정형화된 춤의 세계에 정면으로 맞서며 '서양 무용 따라하기'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현대 무용이 결국 소수의 전유물로 전락한다면 춤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우리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몸짓이 잊히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은미는 작품을 준비하기 앞서 3년 동안 전국을 돌며 사람들에게 '춤을 한번 춰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경험은 '마이너리티 감수성'과 결합되어 소수자의 삶과 아픔에 집중된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재창조되었다. 그후 왜소증 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선보이며 "땐스 3부작" 시리즈로 관객과 만나기도 했다. 반향을 일으킨 사건은  2015 한불 수교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의 대표 극장인 '테아트르 드 라 빌(Theatre de la Ville)에 초대되면서부터였다.해외 평단은 안은미가 '사람이 늙어가는 것, 외로움, 소외라는 문제를 익살맞게 표현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후 글로벌 댄서이자 '현대무용의 최신 트렌드'로 거듭나게 되었다.
’안은미의 춘향’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안무, 음악과 함께 화려하고 한국적인 보디페인팅을 활용해 능동적인 현대여성 ’춘향’의 열정과 사랑을 그려냈다. 사진제공 LG아트센터
안은미의 예술 철학은 단지 예술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그는 기업경영자가 주목해야 할'창업가 정신'의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다.



①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를 넘어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장 중요한 것은매번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심지어 작품의 형식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았다. 작품을 해체하고 분석해 또 다른 형식의 작품을 내놨다. 특히 자기 복제에 갇히지 않도록 신경썼다. '이게 같은 사람의 작품일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작품의 진폭이 컸던 것이다. 실패할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무용계의 조롱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더 크다고 믿었다.



② 기존의 틀을 깬 설득적이고 진정성 있는 작품
'바리데기' 中 발목 위로 올라오는 짧은 치마와 소매를 걷어 올린 저고리를 입은 무용수
무용의 내러티브(Narrative)를 강조하며 일상 속에 내재된 사회 문제점을 끊임없이 화두로 던졌다. 독창적인 춤을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관객이 춤과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의미성을 부여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리공주-이승(2007)'편이다. 작품 속 바리공주는 더이상 부모에게 버림받은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묘사되지 않았다. 그는 발목 위로 올라오는 짧은 치마와 소매를 걷어 올린 저고리를 입고 나와 바리공주의 강인한 생명력, 적극성, 활동성을 강조했다.

한국적 전통에만 얽매인 원작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롭게 재창조된 스토리로 2011년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EIF)에도 초청되었다. 2900석 규모의 에든버러 플레이하우스 극장에서 세계의 관객들은 몽환적이면서 화려하고 익살맞은 이 무대에 열광했다. 현재와 과거의 절묘한 조화'라는 극찬을 받으며 작품성 역시 인정받을 수 있었다.



③ 적극적인 '푸시 마케팅' 전략

대중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작품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아티스트의 위치에서 더 나아가 마케터로서 새로운 관객을 유치하고자 고민한 것이었다.그는 현대무용과는 거리가 먼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학생들을 끊임없이 설득했다. 자신이 초청 받지 못하면 스스로 관객들을 초청하는 역발상적인 접근도 시도했다. 이는 일종의 '셀프 프로덕션(Self Production)'방식으로,'현대 무용은 어렵다'는 대중의 인식을 깨기 위한 노력이었다.대중들과 소통창구를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안은미'와 '현대 무용'을 공유했고, 이는 안은미라는 브랜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비결이 되었다.

안은미는 척박한 현대무용이라는 시장에서 대중을 설득해 이를 즐길 줄 아는 팬으로 만들었다. 그가 젊은 감각, 기획력, 창의력, 마케팅 능력을 두루 갖춘 무용계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새로운 현대 무용의 영역을 만들겠다는 창업가 정신이 있었다. 그는"나를 어느 한 군데 가두지 않고 여러 환경에 노출시킬수록 뇌가 자극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새로운 변화, 도전을 찾아가고 그 안에서 나를 강인하게 테스트 하는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36호
필자 이미영, 임수빈

필자약력
이미영
- 동아일보 기자
임수빈
- 연세대 경영대 교수

인터비즈 박근하 정리 / 출처 미표기 이미지 안은미 무용단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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