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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국민영웅된 '쌀딩크' 인터뷰...편견 없이 능력 인정하고 데이터 시스템 도입해 신뢰 얻어

감독님, 쌀딩크라는 별명을 아시나요?
[인터비즈]베트남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챔피언십 결승전에 진출시킨 박항서 국가대표팀 감독(59)의 인기에 베트남이 들썩이고 있다. 베트남팀을 사상 처음으로 AFC주관대회 결승까지 이끈 리더십은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4까지 이끈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연상시킨다.국내 언론서도 그의 리더십을 두고 히딩크와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쌀딩크'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도 이와 같은 평가를 알고 있을까? 우리와 다른 베트남 선수들의 특징은 무엇이고, 조직력을 심어준 리더십은 무엇이었을까? 박 감독과 28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신저 '위챗'을 통해 인터뷰했다. 우즈베키스탄팀과 결승전 경기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는 감기로 목이 잠겨 있었지만, 이번 경기 성과를 떠올리면서 "허허" 웃음을 자주 지었다. 
23세 이하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결승전에 올린 박항서 국가대표팀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베트남 국민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와 축구협회가 전세기를 동원할 정도. 이 때 베트남 현지에선 박 감독을 "츄박"이라고 연호했다. 베트남어로 '츄(chu)'는 웃어른을 친근하게 부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현지 영상 및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쌀딩크 별명은 저도 압니다

박 감독은 "기사를 통해서 쌀딩크 별명을 알고 있지만, 그분(히딩크)의 능력, 경력과 비교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몸을 낮췄다. 다만 그는 히딩크 리더십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배운 바를 베트남에 이식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그랬듯이 저 역시 이곳에선 외국인에 불과하니까요. 베트남인들의 문화 속에 선진 축구를 어떻게 접목할지 저도 고민을 많이 했지요."

그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절묘하게 그가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로 있을 당시 팀을 지휘하던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게 사실이다. 이날 인터뷰서 박 감독은 자신이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원 팀(One Team)'으로 어우러지는 조직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마치 히딩크 감독이 당시 한국 대표팀에 강조한 원팀 스피릿과 끈끈한 관계에서 비롯한 정신력을 강조한 것과 같은 행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히딩크 전 감독과 박항서 전 수석코치. 스포츠동아 DB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협회의 제안을 받아 3개월 전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맡게 된 시기, 모래알 같던 팀의 조직력을 똑똑히 기억했다.베트남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있을 경우 경기도 잘 안보고 자기들끼리 떠드는 경우가 많았다. 후보 선수들은 교체가 임박하면 경기장을 보면서 몸을 풀기 마련인데, 혼자 운동에 몰두하는 모습이 많았다는 게 박 감독의 회상이다. 

"쉽게 말해 한 팀이라는 소속감이 약했던 것이죠."

박 감독은 벤치에 앉아있어도 경기에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선수들에게 집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는 벤치에 앉은 후보선수들도 경기가 불리해지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힘내라"고 외치는데, 이와 같은 모습을 만들기 위해 그는 '한 팀' 전략을 3개월 전부터 차근차근 실행해왔다고 했다. 



베트남 선수에 대한 편견부터 걷어내라

그는 "흔히 베트남 선수들은 체격이 작고 체력이 약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지구력과 민첩성 등은 부족하지 않다"면서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 역시 166cm의 단신이지만 1980년대 선수 시설 당시 상대선수를 악착같이 따라붙고 볼을 따내는 악바리 근성으로 유명한 선수였다.

"게다가 베트남 선수들이 얼마나 성실한지 아십니까. 가르치면 되겠다고 싶었어요."
AFC 주관 U-24 챔피언십이 열린 27일(현지시간) 중국 창저우에서 박 감독이 눈보라 속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AFC홈페이지.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과학적인 관리는 부족한 게 흠이라고 여겼다. 예를 들어 식단의 경우, 스태미나의 지속적인 관리 측면에선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쌀국수와 튀긴 돼지고기 요리 등 익숙한 음식만 먹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짧은 기간 동안 긴장감이 지속되는 토너먼트형 대회에선 이와 같은 요소도 무시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감독 부임 이후 베트남축구협회에 요구해 기존의 쌀국수 식단 이외에도 연어와 스테이크, 우유 등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선수들은 갑자기 바뀐 식단에 놀랐지만, 박 감독은 왜 이러한 음식들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영양소가 선수들에게 필요한지 일일이 설명했다. 

과학적인 관리를 통해 선수단과 협회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합숙기간 동안 대표선수들의 근육량, 심폐지구력, 근지구력 등을 체크하고 데이터화했다. 대표팀에서 체크한 수치를 기록해둔 뒤 이보다 수치가 떨어지는 선수는 앞으로 소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선수단에 경고했다. 당부도 잊지 않았다. "너희가 대표팀에서 배운 과학적인 관리와 기술을 프로팀에게도 제안하면 좋겠다" 선진 축구를 동경하던 이들에게 그가 신뢰감을 심어준 방식이었다. 



한국식 형님 리더십도 베트남 선수 마음 사로잡아

박 감독은 이번 AFC대회에서 벤치에서 졸고 있는듯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감독이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락커룸에서 그는 달랐다. 그는 매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 의미 있는 의식을 한다. 한 명씩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넌 잘할 수 있어’라고 속삭인다. 이는 선수 뿐만 아니라스태프까지 해당된다.
24일(현지시간)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AFC주관 U-23 축구대회 4강에서 카타르 대표팀을 승부차기 끝에 꺾은 뒤 거리응원을 나온 베트남 시민 반응. 유튜브.
그는 정신력과 팀워크를 유독 강조했다. 한팀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식사 시간 중에도 선수들끼리 대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전에는 선수들끼리 식당에서 서로 휴대전화를 하곤 했는데, 식사 시간 중 휴대폰을 가져올 경우 벌금을 내도록 했다.(그러나 정작 박 감독이 휴대전화를 실수로 가지고 식당에 들어가서 벌금을 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훈련 이후 바로 숙소에 들어가고 선수들간의 교류가 없는 점도 한국과는 다른 베트남 선수들의 특징이었다. 박 감독은 주장인 쯔엉 선수를 중심으로 감독과 회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회의 이후 선수들과 모여서 지시사항을 전파하도록 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선수들이 경기와 훈련 이후에도 만나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사진 스포츠동아
박 감독은 따뜻한 형님 리더십과 냉정함을 오가면서 선수들을 긴장시킨다. 우즈벡과 결승전 경기 직후 아쉬워하는 선수들에게 "울지 말아라"고 격려했던 박 감독은 다음날이 되자정신무장을 강조했다.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너희에게 여러 유혹이 많을 텐데 이에 도취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 2002년 월드컵 이후 영웅으로 일컬어진 뒤 부침을 겪었던 박 감독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이야기다. 

베트남에서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박 감독은 "중국으로 올 때엔 AFC에서 준 티켓으로 일반 비행기를 탔는데 베트남으로 돌아갈 때엔 전세기를 보내줬다"며 허허 웃었다.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결승전 이후 돌아온 박 감독에게 3급 노동훈장을, 대표팀 전체에는 1급 노동훈장을 수여하는 등 국민적인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선수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자신부터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그의 계약기간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다. 



히딩크가 네덜란드 박항서

대회 기간 중 베트남의 한 온라인 인기 커뮤니티에선 "히딩크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우리 영웅 박항서와 비교하지 마라", "히딩크를 모르다니. 그는 네덜란드의 박항서야" 와 같은 글이 게재됐다. 한국 네티즌들도 AFC U-23 이하 결승전을 지켜보며 프리킥 동점골을 넣은 꽝하이 선수에게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꽝하이"라는 온라인 게시글로 화답했다. 베트남과 한국간의 관계도 보다 친밀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교류 협력의 폭을 넓힌 것도 그의 공이다. 


동아일보 이진구 기자
인터비즈 임현석 기자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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