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1996년 美애틀란타 하계올림픽, 나이키가 저지른 금빛 만행

1996년 美애틀란타 하계올림픽, 나이키가 저지른 금빛 만행

[인터비즈]1996년 7월 29일 애틀랜타 하계올림픽 400미터 육상 경기 현장. 이 날 육상계와 마케팅 업계에 잊지 못할 역사가 탄생합니다. 첫 번째는 그날 오후 미국 육상선수 마이클 존슨(Michael Johnson)이 43.49초라는 기록을 세우며 400미터 육상 종목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었습니다. 그는 큰 키에, 타고난 근육질 몸매를 십분 이용해서 모든 경쟁자들을 제치고 결승라인에 들어오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美육상선수 마이클 존슨이 200미터, 400미터 육상 종목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차지했다 /출처 나이키 홈페이지
하지만 사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곳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그가 신은 신발이었죠.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던 그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신었던 그 신발의 가격은 무려 3만 달러(약 3천만 원)로 책정되며, 저중량 스파이크까지 갖춘 육상에 최적화된 신발이었습니다. 존슨이 1위를 하던 순간 이 금빛 신발은 휘황찬란하게 빛났고, 이날의 또 다른 승자는 바로 나이키(Nike)였습니다.
나이키가 마이클 존슨에게 제공한 육상화 ‘골든 스파이크’. 해당 육상화는 특수재질로 만들어진 스파이크 핀 6개, 2mm 두께의 밑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쪽 무게가 약 99.2에 불과했다 /출처 (cc) klew97 at flickr
나이키는 이날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은 물론,TV로 경기를 지켜봤던 시청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 나이키는 과연 당시 올림픽 공식 후원사였을까요? 예상하셨겠지만 아니었습니다. 당시 공식 후원사로 선정된 곳은 리복(Reebok)이었습니다.

나이키는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해 거액을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보다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에게 투자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 것이었죠. 뿐만 아니라 나이키는 선수촌 바로 옆에 ‘나이키 센터(Nike Centre)’를 세워 대대적인 앰부시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팬들에게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깃발을 흔드는 관람객들이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 나이키는 전 세계로 홍보될 수 있었죠.
1996년 7월 19일자 동아일보 10면 경제 섹션에 실린 기사 발췌 /출처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동아일보』
1996년 7월 19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리복은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해 4천만 달러(약 425억 원)를 쏟아부었다고 하니, 나이키를 바라보는 그들의 반응은 황당함과 분노로 가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리복은 당시 CNN머니 기사를 통해 “올림픽 공식 후원사였다는 것 자체로도 전 세계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밝혔지만, 나이키 때문에 그들은 아무리 잘해도 은메달에 그칠 수밖에 없었죠. 



앰부시(Ambush) 마케팅에 울고 웃는 기업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나이키가 사용한 마케팅 전략을 ‘앰부시(Ambush)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앰부시 마케팅은 상대방이 가진 권리는 침해하지 않아 소송을 피하면서도 교묘하게 실리를 챙기는 기습적인 마케팅 기법입니다. ‘앰부시(Ambush)’는 ‘매복’ 또는 ‘매복하다가 습격하다’라는 뜻이라 ‘매복 마케팅’이라고도 합니다. 주로 대형 스포츠 행사에서 공식 후원사처럼 보이기 위한 위장 전략 중 하나죠.

앰부시 마케팅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위 사례의 나이키처럼 행사장 밖에서 시설물을 설치해 거리를 꾸미거나, 특정 선수 혹은 팀의 후원사가 되거나, 광고에서 국가대표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들을 공식 후원사처럼 생각하게 되어 해당 회사는 더 좋은 이미지와 관심을 받게 됩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의 선한 이미지에 편승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전략이랄까요. 애꿎은 공식 후원사들은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리복이 그랬듯, 예상치 못한 습격을 받아 사람들의 시선을 뺏기기 때문에 윈윈 전략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죠.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미국 라이터 브랜드 지포(Zippo) 사는 우연히 자사 라이터가 노출된 장면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소치 올림픽 조직위 측에서 올림픽 마케팅 룰에 위반된다는 경고를 받고 해당 이미지를 삭제했다
올림픽 때 우연히 자사제품이 세계에 노출되어 이를 앰부시의 일환으로 이용하려다 덜미를 잡힌 귀여운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의 라이터 브랜드 지포(Zippo)가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사진이 문제였는데요. 러시아 모스크바의 사복 경찰관이 지포 라이터로 불이 꺼진 올림픽 성화대에 재점화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습니다. 올림픽 로고와 함께 자사 제품이 등장한 장면을 당당히 노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해당 사진에 등장한 라이터가 지포 사 제품인지 소비자들이 구분할리 만무했지만, 소치 올림픽 조직위 측은 이를 올림픽 마케팅 룰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앰부시 마케팅은 실패로 돌아갔죠. 지포 사는 해당 사진을 즉시 삭제했습니다. 
전 국민이 열광했던 2002년 월드컵 당시 SK텔레콤(SKT)가 내놓은 ‘Be the Reds’ 티셔츠(왼쪽). 16년이 지난 지금, SKT는 앰부시 마케팅으로 오해할 만한 광고를 선보였다. 두 행사 모두 공식 후원사는 KT이다. 해당 광고는 현재 부분 수정된 상태라고 한다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한국의 생활 디자인’, SKT 평창 응원 캠페인 영상 캡처
우리나라는 2002년 SKT의 붉은 악마들 후원 사례가 앰부시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SKT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아니었지만 ‘Be the Reds’ 티셔츠, 가수 윤도현의 ‘오 필승코리아’ 응원가를 내세후며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공식후원사인 KT(당시 KTF)의 역할을 무색하게 만들었죠. SKT는 올해에도 앰부시 마케팅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지적을 받았고, 이에 특허청은 1월 17일자로 SKT의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광고에 대해 광고 중단 시정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지난 18일 밝혔습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또 어떤 기업들이 매복하고 있다가 습격을 가할까요? 그리고 이번에 후원사들 목록에 이름을 올린 삼성(월드 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노스페이스(공식 파트너) 등 기업들은 이들의 습격에 어떻게 대처할까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이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습니다.


인터비즈 박성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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