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배앓이 전염병 잡던 ‘생명의 물’, 앱솔루트 보드카의 생존비

배앓이 전염병 잡던 ‘생명의 물’, 앱솔루트 보드카의 생존비

4000km가 못되면 먼 거리가 아니고,
영하 40도가 아니면 추위가 아니며,
40도 이하는 술도 아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어느 나라의 속담일까? 바로 보드카의 고향 러시아다. 보드카의 원조는 러시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조가 스코틀랜드(Scotland)로 명확한 위스키(동방의 증류기술이 중세 십자군 전쟁을 통해 서양에 전래되어, 이후 아일랜드를 거쳐 스코틀랜드에 전파되어 탄생)와는 달리 보드카는 러시아, 폴란드, 스웨덴 등에서 산발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조라고 한 국가를 딱 집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문헌상 최초로 보드카 제조가 시작된 곳은 러시아의 Khylnovsk라고 명시돼있어 러시아가 보드카 원조로 알려진 것이다.
2017년 기준 유럽 알코올 벨트. 붉은색은 와인 벨트, 노란색은 맥주 벨트, 푸른색이 보드카 벨트이다. /출처 (cc) Kpalion at wikimedia.org
러시아어로 voda는 물(water)을 뜻한다. 러시아나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는 8-9세기경부터 보드카를 제조해왔고, 보드카는 배앓이나 전염병 약으로 음용되기도 했다. 그들에게 보드카는 ‘생명의 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야 보드카가 비싼 술, 도수가 높은 술 정도로 여겨지지만 북유럽 및 동유럽 사람들에게 보드카는 한국인의 ‘소주’급이다.

우리가 아는 보드카는 19세기에 만들어졌다. 1860년대 러시아 증류업자 피오트르 스미르노프(Pyotr Smirnov)가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스미르노프는 숯 여과 과정을 도입해서 순수하고 맑은 보드카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품질과 맛을 보증받은 스미르노프 보드카는 러시아 황실과 귀족 등 상류층에게 보급되면서 그들의 공식 술로 선정됐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제조자 스미르노프는 귀족 작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17년 러시아 혁명이 발발했고, 이 과정에서 스미르노프 가문은 전 재산을 몰수당했고 프랑스로 망명한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전 세계를 대표하는지금의보드카로 자리 잡았다. 


보드카계 양대산맥, 앱솔루트 보드카(Absolut Vodka)
앱솔루트 보드카 창립자 라르 올슨 스미스(위) /출처 위키피디어, 앱솔루트 홈페이지
스미르노프 보드카와 함께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양대산맥이 있다. 바로 ‘앱솔루트 보드카’이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스웨덴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1879년 라르 올슨 스미스(Lars Olsson Smith)가연속증류 공법을상용화하고 ‘앱솔루트퓨어 보드카(Absolut Rent Bränvin)’를 생산한 것이 그 시초였다고 전해지며, 그는 스톡홀름에서 독점권을 따내 큰 돈을 벌었다. 

1917년부터 스웨덴이 주류산업을 국유화하면서 ‘앱솔루트 보드카’라는 브랜드만 내세우지 않고 내수에 집중했다. 그러나 1979년 스미르노프와 마찬가지로 앱솔루트 보드카도 세계시장으로 대변되는 미국으로 진출한다. 당시 병의 디자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루나르 브로맨(Grunar Broman)과 라르스 뵈르예 카를손(Lars Börje Carlsson)이 이끄는 스웨덴의 디자인 에이전시 ‘카를손 & 브로맨’에 병 디자인을 의뢰했다. 
출처 (cc) Jheemstra at wikimedia.org
독창적인 디자인을 고안하던 카를손은 우연히 들른 스톡홀름 골동품 가게에서 구식 의약용 병을 보고 영감을 얻는다. 병의 목 부분을 짧게 하고, 간결한 금속 스크류 마개를 덮어서 미니멀리즘 풍으로 디자인한 것이 현재 앱솔로트 보드카의 형태이다. 또, 별도의 라벨(Label)을 붙이지 않고 브랜드명과 로고를 병에 직접 인쇄함으로써 앱솔루트 특유의 단순함과 순수함을 강조했다.

앱솔루트는 단순한 형태의병을 모티브로 삼아서 순수함을 설명하는 광고전략으로 주류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앱솔루트의 철학은 “변화하지 않지만 변화한다”이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앱솔루트의 광고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변화를 꾀했다. 
앤디 워홀(왼쪽)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앱솔루트 보드카 ‘워홀 에디션’(오른쪽) /출처 네이버프로필, 앱솔루트 보드카 홈페이지
1985년부터는 앤디 워홀(Andy Warhol), 키스 해링(Keith Haring)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앱솔루트 보드카 아트 컬렉션(Absolut Vodka Art Collection)’을 시작한다. 일명 ‘아트 시리즈’ 프로젝트는 각 분야의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광고와 에디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영국 화가인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Giovanni Maria Versace),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미국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tomford) 등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출처 앱솔루트 페이스북
앱솔루트는 수십 년간 투명한 병 모양의 디자인과 함께 ‘앱솔루트 OOO’식으로 새 제품을 선보여왔다. 빈칸에 들어가는 워드는 국가명, 과일명 등 가리지 않고 모두 수용 가능해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처럼 브랜드와 테마의 두 단어를 조합만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카피를 소비자들에게 내놓음으로써, 앱솔루트만의 원칙과 철학을 고수하면서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신해 올 수 있었다. 브랜드 정체성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트렌드를 반영한 전략이 앱솔루트를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은 비결이었다. 
가파른 설산에 앱솔루트 보드카 병 모양 트랙을 그려 광고한 ‘앱솔루트 피크(Absolut Peak)’, 광화문 촛불 시위 현장 이미지에 앱솔루트 보드카 병모양을 입히고 “미래는 당신이 만드는 것(Future is yours to create)”이라는 문구를 제시하며 의미를 담은 광고를 선보인 바 있다 /출처 앱솔루트 페이스북
앱솔루트 보드카는 그만의 독특한 병 모양을 부각시켜 광고를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 할리우드, 아테네, 베네치아, 오슬로, 베이루트 등 특정 지역의 문화나 이미지를 병 모양에 반영해 제작한 광고도 있고, 패션, 뷰티, 새디스트, 스토커, 가파른 산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주제들을 병 모양에 반영해 제작한 광고도 있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앱솔루트 OOO’식 카피를 활용해 여러 의미를 담은 광고를 전달해왔다. 앱솔루트 피크(Absolut Peak) 광고 포스터에서 설산에 그린 트랙은 앱솔루트 보드카 병 이미지를 연상시킴과 동시에 해당 술의 도수가 높다는 점을 강조해 애주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앱솔루트 코리아(Absolut Korea)와 같이 국가명으로 빈칸을 채우며 해당 국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과 관련한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출처 앱솔루트 홈페이지
이처럼 다양하고 의미 있는 제품과 광고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앱솔루트를 앞에 내세우고 뒤의 빈칸에 타깃을 넣는 특유의 전략에서 기인한다. 
변화하지 않지만 변화하는 것
앱솔루트 보드카의 철학은 명품 브랜드의 생존법이자 비결이다. 비단 주류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명품 패션 브랜드 샤넬(Chanel)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도 평소 옷에는 편리함과 단순미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과 원칙이 있었고, 디자인이 바뀌어도 이 원칙만은 고수했다. 시대가 변해도 브랜드 정신을 이어가고, 유행과 타협하는 것은 명품 브랜드의 오랜 숙명이다.  

*해당 글은 DBR 프리미엄 동영상 ‘명품의 법칙_앱솔루트 보드카(김용태 김용태마케팅연구소장)’편을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인터비즈 박성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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