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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스타트업 '글로스퍼' 김태원 대표 "블록체인에 개인정보 담는 건 낭비, 거래장부 기록만 담아야"

[인터비즈]1월 5일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는 국내의 스타트업 '글로스퍼'가 가상화폐 '하이콘'의 제네시스 블록을 생성했다. 제네시스 블록이란 가상화폐를 유지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먼저 생성된 블록을 의미한다. 글로스퍼는 이를 확장해 올해 중반 가상화폐 하이콘을 발행할 예정이다.
하이콘은 글로스퍼가 개발 중인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 '인피니티 플랫폼'의 기술적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발행된 가상화폐다. 인피니티 플랫폼은 시중의 블록체인 기술인 '이더리움', '하이퍼레저' 등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를 만나 인피니티 플랫폼과 가상화폐를 발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물어봤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글로스퍼 제공
Q. 글로스퍼는 어떤 회사인가?

A.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사업부와 핀테크 사업부 등 두 가지 비즈니스를 함꼐 진행하고 있다. 핀테크 사업이라고 조금 거창하게 말했는데, 사실 가상화폐 거래소다(웃음). 현재는 둘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Q. 어떤 형태의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나?

A. 원래는 이더리움, 하이퍼레저 등 시중의 오픈소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중의 블록체인 기술을 분석해보니 우리가 원하는 기술 수준에 도달하는데 한계가 존재했다. 이더리움을 활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더리움 위에 여러 가지 추가 서비스를 올리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이더리움의 근본적인 문제인 거래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에 스마트 계약서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시키기에는 좋은 기술었지만, 이 때문에 당시에는 1초에 15번의 거래(트랜젝션)만 처리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려 해도 우리는 이더리움 컨소시움의 변방이라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가 어려웠다. 때문에 우리가 직접 독자적인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차세대 블록체인 프로젝트 개발은 작년 1월부터 시작되었다. 블록체인의 이름은 인피니티 플랫폼이라고 지었다.
글로스퍼 제공
Q. 인피니티 플랫폼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더리움처럼 퍼블릭 블록체인을 지향하는가? 아니면 하이퍼레저처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지향하는가?

A. 인피니티 플랫폼의 목표는 이더리움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의 장점은 탈 중앙화(permissionless), 집단 검증, 위변조 방지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거래 속도와 블록체인에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탈 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포기한 기술이다.

블록체인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때문에 퍼블릭 블록체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프라이빗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퍼블릭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개발하면 자연스레 프라이빗 블록체인 관련 기술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시장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을 요구하면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의 일부를 고쳐서 제공하면 된다.
Q. 인피니티 플랫폼은 기존 블록체인 기술에 비해 무엇이 더 뛰어난가?

A. 두 가지 장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첫 번째 장점은 '완전한 탈 중앙화'다. 개발자들이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는 별도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더리움의 경우 탈 중앙화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곤 하지만, 결국엔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든 이더리움 네트워크 내에서 서비스를 실행해야 한다. 지난 해 이더리움 기반의 게임 서비스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켜 이더리움 네트워크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이렇게 누군가가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과도하게 이용하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용 중인 다른 서비스가 피해를 입게 된다.

인피니티 플랫폼은 인피니티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인피니티 네트워크에 종속되지 않는다. 개발자들은 오픈소스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서 API 형태로 제공되는 인피니티 플랫폼을 가져와 자사 서비스의 인프라로 활용하면 된다.

물론 업계 경력이 5~10년이 넘어가는 고급 개발자들은 시중의 오픈소스 블록체인을 분석해 기존 네트워크와 완전 별개인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기자 주: 이렇게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별개인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하드포크'라고 부른다.) 하지만 경력 5년 미만의 개발자나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해야 하는 개발자들이 어느 세월에 하드포크를 하고 서비스를 개발한단 말인가. 인피니티 플랫폼은 애당초 별개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하드포크에 대한 부담 없이 개발자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기존의 중앙집권형 데이터베이스(중앙 DB)와 효율적인 연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만능이 아니다. 모든 데이터를 다 담을 수 없다. 일부 블록체인 연구자들이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보관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현실에 적용하려는 블록체인 기획자 입장에선 이에 동의할 수 없다.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데이터(예를 들어 개인 정보)를 블록체인에 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예전처럼 안전한 중앙 DB에 보관해야 한다. 블록체인에는 위변조되어서는 안되는 데이터(예를 들어 거래 장부)를 담아둬야 한다.

때문에 중앙 DB와 블록체인의 연동성이 중요하다. 둘이 데이터를 나눠 보관함으로써 프라이버시와 위변조 불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글로스퍼는 이를 위해 서울시 노원구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 '노원(NW)'를 개발했다. 현재 정부의 모든 서비스를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요구하는 다양한 표준, 보안 규격 및 법령에서 정한 제한 등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화폐: 지방정부나 지역공동체가 발행해 특정 지역 주민들이 해당 지역에서만 쓸 수 있게 한 대안화폐. 성남시의 청년배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때문에 노원은 중앙 DB와 블록체인 기술(프로토타입 인피니티 플랫폼)을 함께 활용해서 만들었다. 법과 규제를 지키면서 블록체인의 장점을 누리기 위한 절충안인 셈이다. 노원은 중앙 DB에서 전체 시스템의 40%를, 블록체인에서 60%를 처리한다. 회원 가입 및 개인 정보 보관은 중앙 DB에서, 지역화폐 시스템의 핵심인 지갑 계정 생성과 유니크값 식별키는 블록체인에서 처리한다. 모든 거래 장부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중앙 DB에 함게 보관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의 개인 정보를 외부에 보관하지 않으면서, 모든 거래 장부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위변조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8년에는 블록체인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이 경쟁할 전망이다. 인피니티 플랫폼의 목표는 이러한 블록체인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다.
Q.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면서 하이콘이라는 가상화폐를 발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설처럼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인가?

A. 결론만 말하자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별개의 요소다. 기술적으로 둘을 충분히 분리할 수 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문제점은 '머스트 블록체인'이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블록체인을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가 없다. 반드시 블록체인을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가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가상화폐다.

블록체인은 나사를 박을 수 있는 구멍이다. 현재는 여기에 박을 수 있는 나사가 가상화폐만 발견되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고도화되고,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나면 또 다른 나사가 발견될 것이다.

데이터베이스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때는 하나의 서버에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만 깔고 하나의 서비스만 실행해야 했다.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베이스의 활용도가 크게 증가했다. 하나의 서버에 여러 데이터베이스를 깔 수도 있고,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여러 서비스를 연결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나의 서비스에 여러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는 등 다양한 활용법이 등장했다.

블록체인은 이제 막 시작된 기술이다. 1970년대 등장한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두고 현재 데이터베이스 기술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 그만큼 무궁무진한 활용법이 등장할 것이다.

글로스퍼가 하이콘을 발행한 이유는 시중의 알트 코인(대체 코인, Alternative Coin)과 같다. 더 빠른 거래 처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과거 이더리움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더리움의 느린 거래 처리 속도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이러한 거래 처리 속도를 향상시킬 수있는 방법을 알기 위해 별도의 가상화폐 개발을 진행했고,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인피니티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제는 하이콘을 실제로 시중에 공개함으로써 인피니티 플랫폼의 거래 처리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Q. 인피니티 플랫폼은 기업과 개발자들에게 언제 공개되는가? 인피니티 플랫폼을 공개해 글로스퍼는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A. 올해 6~7월 사이에 첫 번째 배포 버전을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스퍼의 목표는 간단하다. 우리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및 완성에만 집중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다른 기업과 개발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개선이 얼마만큼 진행되느냐에 따라 블록체인이 네트워크 프로토콜(네트워크 신호 처리 기술)에 머무느냐, 데이터베이스의 영역으로 진출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네트워크 프로토콜에 머문다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의 영역에 진출하는데 성공하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수 많은 서비스가 쏟아지고, 그야말로 블록체인의 세상이 열릴 것이다.

이러한 개선은 글로스퍼 같은 블록체인 전문 기업이 진행해야 한다. 기업은 이렇게 개선된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면 된다.

글로스퍼는 인피니티 플랫폼의 모든 원천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것이다. 사업에 관계된 특정 부분만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블록체인 원천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리눅스의 사례를 떠올리면 된다. 리눅스는 오픈소스로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다. 기업과 개발자는 이러한 리눅스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대신 서비스 개발 도중 막히면 문제를 직접 해결할지, 리눅스 전문 기업(예를 들어 레드햇)에게 도움을 받을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많은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리눅스 전문 기업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인피니티 플랫폼 역시 리눅스처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기업과 개발자는 인피니티 플랫폼을 가져와 자신만의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 개발 도중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글로스퍼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이것이 오픈소스를 활용한 글로스퍼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인피니티 플랫폼은 기업과 개발자에게 두 가지 형태로 제공될 계획이다. 첫 번째는 인피니티 플랫폼의 모든 코드가 오픈소스로 공개된 것이다. 깃허브 같은 오픈소스 배포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자사의 서비스에 적용하면 된다. 두 번째는 인피니티 플랫폼을 클라우드에 올린 후 이를 기업의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게 API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인피니티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기업과 개발자에게 적당하다.

클라우드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글로스퍼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고 있다. 원래 C++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개발자들의 개발 난이도가 너무 높아 '타입스크립트'를 활용해 인피니티 플랫폼을 개발했다.

향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인피니티 플랫폼을 올린 후 기업들에게 API를 제공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하이퍼레저, 이더리움 등을 클라우드로 제공하고 있는데, 인피니티 플랫폼이 이 둘과 같이 클라우드로 제공되면 그만큼 인피니티 플랫폼의 사용자와 인지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입스크립트: 대규모 앱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변종 자바스크립트. 자바스크립트는 사용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웹 페이지 개발 등에만 이용할 수 있고 앱과 서비스 개발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타입스크립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언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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