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수사학 : 왜 민주주의 체제에서 ‘말’이 ‘힘’을 가질까

수사학 : 왜 민주주의 체제에서 ‘말’이 ‘힘’을 가질까

5월9일 다가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14명(사퇴 후보 제외)의 후보들은 자신들의 공약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바쁘다.저녁, TV를 틀면 대선 후보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다음날 회사에서는 대선 후보들의‘말’이 어땠는가에 대한 국민들의 토론도 이어진다.

리더에게‘말’이란 중요한 능력이다.때문에 보다 설득력 있는 말을 하기 위한‘수사학’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이번 포스팅에서는 경영매거진 DBR 172호에 실린 글을 통해 수사학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수사학은 고대 아테네에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아테네는 기원전6세기로 넘어오면서 정치적 지형이 바뀐다.민중이 참주를 몰아내고 직접 폴리스를 꾸려나간다.민중이 귀족을 몰아내고 직접 통치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시작을 의미한다.법을 만들거나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자유 시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투표로 결정했다.소송이 걸리면 당사자가 직접 대중 앞에서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말을 잘해 대중이 자신에게 표를 던지면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됐다.사회 환경이 이렇게 변하자 말을 잘하는 능력은 입신양명의 주요 수단이 됐다.민주주의 체제에서 수사학이 발전한 이유다.

플라톤의 영향으로 수사학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그러나 플라톤은 진정한 수사학은 인간의 정신을 인도한다고도 했다.그는 수사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수사학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쁘게 사용하는 사람이 나쁘다.제대로 사용하기만 하면 수사학은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 geralt, 출처 Pixabay

수사학은 설득의 기술이다


수사학의 고전적 정의는 설득과 관련이 있다.설득은 우리 주변에서 늘 일어나고 자주 목격된다.설득은 어떻게 보면 신비로운 현상이다.그렇게 생각하지 않다가도 말을 듣고 보니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말은 어떻게 이런 힘을 갖게 됐을까?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고르기아스는<헬레네 예찬>에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인물로 알려진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의 무죄를 주장하는 논거 중 하나로 말의 힘을 들기도 했다.

고르기아스는‘말로 밥 먹고사는’모든 부류의 사람들을 예로 들며 말이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여기서 주목할 것은말을 통해 듣는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설득이다.또고르기아스는 말이 힘을 갖고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자체를 인간 존재의 한계로 봤다. 인간의 생각이나 판단이 완벽하다면 말이 파고들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고, 때문에 설득의 힘에 굴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설득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기술이다 / 출처 gettyimagesbank

헬레네가 파리스를 따라가기 전,파리스로부터 어떤 말을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르기아스의 말에 의해 유추해보면 이런 대화가 오갔을 것이다.

파리스가 헬레네에게“갑시다,트로이로!”라고 말하면 헬레네는“남편도 걸리고,조국을 떠난다는 게…내가 당신을 따라 트로이로 가면 전쟁이 날지도 모르고,내가 여기에서처럼 환대 받고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요.아아,잘 모르겠어요.몰라요.어떡해요!”라고 답했을 것이다.파리스는 헬레네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용기를 북돋으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약속을 했을 것이다. “트로이로 가더라도 여기보다 더 환대 받으며 나날의 삶이 기쁨과 환희의 연속일 것이요.내가 누구요,트로이의 왕자예요.전쟁은 무슨 전쟁이란 말이요.설사 전쟁이 난다고 해도 우리는 위대한 왕의 영도력 아래 온 백성이 일치단결해 승리할 것이고,그리스군은 철옹성 같은 우리의 성벽을 넘을 수도 없을 것이오.그러니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오.”

파리스는 헬레네가 모든 것을 뒤로하고 따라오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간곡하고 진실하게 그녀를 설득했음이 틀림없다.헬레네가 인간이 아닌 신이었다면,그래서 그녀의 생각이나 판단이 완벽했다면 파리스가 아무리 화려한 언변을 구사했다고 해도 끼어들 틈이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헬레네는 연약하고 부족한 인간이었고,중대한 결단의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을 때 바로 곁에 있었던 파리스의 설득이 발휘됐을 것이다.고르기아스는 이 점에 주목했다.말이 갖는,설득의 힘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수사학은 소통의 원리다

사람이 서로 다르듯 각자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달리 말하면 사람 사이에는 서로 다른 생김새만큼의 거리가 있다.하지만 사람은 함께 더불어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다.그래서 갈등이 일어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미셀 메이에르는 수사학을‘주체들 간의 거리교섭’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살을 부대끼며 살며 입장 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수사학이라는 의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스필버그가 아직 어릴 때,하루는 담임교사가 스필버그의 어머니에게 학교로 오라고 했다.교사는 스필버그가 수업시간에 잘 집중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느라 정신없이 보낸다고 했다.이 말을 들은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걱정도 되고 속상하기도 했을 것이다.아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화가 난 엄마가 아이를 불러 앞에 세워놓고“이놈아,네가 어떻게 했길래 선생님이 엄마를 학교로 오라고 하니?수업시간에 그림이나 그리고 낙서나 하고 있다고?너 때문에 엄마가 속상해 죽겠다”고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스필버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얘야.오늘 선생님께서 네가 수업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고 걱정하면서 말씀하시던데,사실 엄마는 좀 속상했단다.네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데 선생님께서 왜 걱정하실까?네가 좋아하는 행동을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두 인정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선생님과 친구들이 네 그림과 글을 인정할 수 있도록 수업시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좋지 않겠니?”어머니의 충고를 듣고 스필버그는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됐다.어머니의 훌륭한 대화법이 오늘의 명감독 스필버그를 있게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일화다.그때 스필버그가 그리고 있던 것이 외계인이나 공룡은 아니었을까?만약 어머니가 어린 스필버그를 비판하거나 혼을 냈더라면 과연‘E.T.’나‘쥐라기 공원’을 볼 수 있었을까?

비즈니스인사이트
businessinsight@naver.com

DBR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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