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70년 3M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스펜서 실버는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다가 실수로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임이 덜한 접착제를 만들었다. 당시 주변 사람들은 실버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뻔 했던 실버의 접착제를 되살린 것은 같은 연구소 직원인 아서 프라이였다.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하던 프라이는 찬양곡집 사이에 끼워두는 종이가 빠지는 바람에 자주 애를 먹었는데 실버의 제품을 활용하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버의 접착제를 종이에 발라 책 사이에 붙여본 것이다.

살짝 붙었다 잘 떨어지는 종이의 편리함을 맛 본 프라이는 연구를 거듭해 이를 상품화하는데 성공했고, 그렇게 탄생한 포스트잇은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판매가 확대되며 '20세기 10대 히트상품'(AP통신)에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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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훗날 메리어트호텔 성공의 주역이 되는 메리어트 1세는 1920년대 길가에서 맥주와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식당을 열었다. 메리어트는 자동차에 앉은 채 음식을 먹고 나가는 'Drive-In' 서비스가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이동수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선호되는 트렌드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비행기는 어떨까?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식사를 하려는 수요가 있지 않을까? 메리어트는 1937년 이스턴항공 사장을 찾아가 기내식 사업을 제안했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메리어트는 아메리칸항공, 캐피탈항공 등에 잇달아 기내식을 제공하게 됐고 그의 회사는 당시 세계 최대의 케이터링업체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성공이 호텔 및 레저 사업으로 확장하는데 발판이 됐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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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업체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철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도출한 사업전략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마주친 작은 단서를 포착해 이를 성과로 연결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캐나다 맥길대의 헨리 민츠버그 교수가 주창한우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과 맥을 같이 한다.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합리성과 논리성으로 포장된 분석 중심의 사고를 경계했다. 분석이 종합(synthesis)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무리 분석을 엄격하게 하더라도 그것이 보다 창조적으로 거듭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매년 수립하고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전략 계획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략 결정 자체가 본질적으로 창조적인 활동이고, 모든 창조적 활동이 그렇듯 전략 결정도 완벽히 설명하기 어려운 활동이다. 사실 많은 기업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 보면 사전의 완벽한 분석과 이에 근거한 '의도된 전략(intended strategy)'보다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한 '우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이 더 큰 역할을 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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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분석 자료를 검토하고 또 검토해 봐도 정작 사업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대로 얻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 사업에 대한 경험,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사업에 대한 경험이나 현장 감각,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직관 등이 모두 전략 계획에 반영돼야 할 주요 요인인데도 객관적 자료와 정교한 분석이라는 미명 하에 이런 것들이 제외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때로는 중요한 정보가 늦게 전달돼 정작 전략 수립에 반영되지 않을 때도 있다. 정보가 분명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트렌드나 사건, 성과 등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사실들이 집계돼 보고서로 작성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를테면 주요 고객이 어느 경쟁자와 점심을 먹는 모습을 봤다는 오늘의 소문과 이들의 관계가 정립되고 명확해져 이를 토대로 작성될 한달 뒤의 보고서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사실에 근거해 행동하겠는가?

물론 자료 수집이나 분석이 불필요하고 그저 운이나 우연을 바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구조화된 공식적 프로세스를 통해서만 전략이 수립될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민츠버그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지금처럼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 변화 속에서 모든 결과를 사전적인 분석 작업을 통해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완벽히 구축할 수 있다는 믿음은 위험하다. 그보다는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한 우발적 전략이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인사이트 최한나
businessinsight@naver.com

출처 DBR 57호(필자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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