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직원을 바꿀 수 없으면 조직을 바꾼다

직원을 바꿀 수 없으면 조직을 바꾼다

자동차 회사 사장이 추구하는 최대 목표는 '더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신입사원이 '나는 더 좋은 차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이 회사를 선택했다'는 생각으로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심지어 신입사원 중에는 운전면허가 없는 이들도 꽤 있다. 놀라운 것은 일반 사무직이 아니라 자동차를 개발하는 쪽으로 들어오는 엔지니어 직군에서도 그렇다는 점이다. 자동차에 관심도 없고 몰아본 적도 없는 이들이 자동차를 개발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중간 간부급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이들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시기는 1990년 전후 버블경제가 극에 달했을 때였다. 경기가 좋았고, 좋은 회사를 마음대로 골라 갈 수 있었던 때다.연봉과 복지 수준을 저울질하다가 특정 회사를 선택해 입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일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그 일에 전혀 관심이 없고, 관심이 없다 보니 자기 일에 놀랍도록 무지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직원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업계를 불문하고 큰 문제다. 기업사를 살펴보면 가장 잘 나갈 때, 그리고 그 잘 나간다는 점을 보고 인재들이 많이 들어왔을 때, 많은 기업들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출처 Pixabay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를 이끄는 CEO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이 문제를 놓고 오랜기간 고민했던 경영자였다. 그는 직원들이 왜 스스로 움직이지 않을까, 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할까를 고민하며 이유를 찾고자 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이 어떤 것에서 동기를 얻고, 어떤 것에 애정과 관심을 갖는지 깊이 있게 연구했다. 그 요인을 조직에 접목하면 젊은 직원들이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발견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젊은 직원들의 열정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단지 그들이 열정을 발휘하는 대상이 회사의 일이나 회사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도 동기가 없으면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인다 하더라도 확실한 동기가 뒷받침된 경우와 비교해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출처 Pixabay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직원이 원하는 것과 회사가 원하는 것을 일치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요타가 2016년 4월 추진한 신체제 조직 개편에서 '직원 스스로가 성취한다는 느낌을 얻도록 조직을 바꾼다'를 키워드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일을 함으로써 내가 성장하고, 나와 회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조직과 사회에 기여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도입된 제도가 바로 '컴퍼니제'다. 컴퍼니제는 일에 대한 주도권을 직원들이 직접 갖도록 하는데 그 핵심이 있다. 

자동차 회사는 각각의 기능 조직이 매우 강한 곳이다. 어떤 자동차를 만들지 말지 결정하는 기획 부서, 도면을 만드는 설계 부서, 스타일을 만드는 디자인 부서, 공장에서 직접 조립하는 생산 부서 등이 개별적으로 개성 강하게 존재한다. 

도요타는 전 세계 자동차회사 중에서도 기능 조직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생산기술·생산 쪽은 세계 최강이다. 그런데 기능 조직이 너무 강해지면서 자동차 회사의 최대 목표인 '더 좋은 차 만들기'가 오히려 어려워졌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안 그래도 강했던 기능 조직들이 자기들만의 성을 쌓기 시작했다. 도요타 사장은 이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부서 단위의 기존 조직을 해체해 새로운 조직, 컴퍼니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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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는 7개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4개에서 완성차를 만든다. 경·소형차 담당의 '도요타 컴팩트카', 중·대형차 담당의 '미드사이즈 비클', 고급차 담당의 '렉서스 인터내셔널', 상용차 담당의 CV(Commercial Vehicle) 등이다. 이 회사들은 차량 종류별로 기획·개발·생산을 독립적으로 추진한다. 도요타 안에 서로 다른 종류와 크기의 차를 만드는 4개 회사가 따로 존재하는 셈이다. 

나머지 3개는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컴퍼니다. 선진기술개발, 파워트레인, 커넥티드 등으로 나뉘는데 이들은 완성차를 만드는 4개 회사 뿐만 아니라 도요타 아닌 다른 회사와도 거래할 수 있다. 사실상 독립적인 회사라는 의미다.

일부러 회사를 쪼개 규모를 줄인 다음에 각 회사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컴퍼니제 시행의 주요 목표다. 회사 규모를 줄이면 직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아이디어와 동기를 끌어내기가 더 쉬워진다. 직원들에게 가장 강한 동기는 내가 내 일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일의 성과대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을 때 직원들은 회사에 신뢰를 갖고 보람을 느끼며 강한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다.  

회사가 직원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시스템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 보다 많은 직원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라. 그리고 책임지게 하라. 이것이 구조적으로 확립되게 하라. 자신이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고 입사하는 신입사원도 열정을 갖고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트 최한나
businessinsight@naver.com

참고:왜 다시 도요타인가(최원석 지음,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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