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한국 리더십의 핵심은 조선 시대부터 전통처럼 내려왔던 \

한국 리더십의 핵심은 조선 시대부터 전통처럼 내려왔던 '이것'에 있다

리더십 하면 스티브 잡스, 잭 웰치 등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리더십(leadership)이라는 말 자체가 영어여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리더십의 유형들도 서번트(Servant)니, 비저너리(Visionary)니, 프론티어(Frontier)니… 하나같이 서구스럽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국스러운, 한국형 리더십은 없었을까요. DBR 72호(필자 하정민)의 글을 소개합니다.

대동법(大同法)은 조선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앞당긴 혁신적인 제도로 평가받는다. 다만 시행 전을 돌이켜보면 국왕도 대지주 및 아전들의 반발로 섣불리 시행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안이었다. 일반 농민들의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소수 대지주의 부담이 늘어나는 게 법의 골자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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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 때 영의정까지 지낸 김육은 이 대동법의 실행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으로 불린다. 조정 내에는 대동법의 반대론자들이 대다수였다. 효종이 김육을 우의정으로 임명하려 하자 그의 정적들은 반발하며 임금을 압박했다. 김육은 “대동법을 실시하시려거든 신을 쓰시고, 그렇지 않으면 신을 노망한 재상으로 여기고 쓰지 마십시오”라며배수의 진을 치고대동법을 관철시켰다.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과 능력을 지닌 한 재상의 리더십이 한국 역사에 남긴 자취가 이처럼 컸다.

한국형 리더십의 8가지 특징

한국형 리더십 연구회는 2010년 5월부터 조선 시대와 현대 한국 사회에 등장한 다양한 리더십 관련 자료 및 사례를 분석해 도출한 한국형 리더십의 8가지 특징을 소개했다. 

한국형 리더십의 8가지 특징

김육의 일화는 이 8개 특징 중 미래비전과 하향온정이 특히 잘 발현된 사례다. 1651년(효종 2년) 김육은 대동법이 조선의 근대화를 앞당길 제도라는 점에 추호의 의심도 품지 않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미래지향적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체계적 계획을 수립해 이를 실천할 줄 아는 역량, 즉 미래비전을 제대로 실천한 셈이다. 소수 대지주와 대다수 관료들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한 점은 하급자들과의 끈끈한 정에 기초해 관용을 베풀며, 희생하고, 보호해주고, 키워주려는 애틋한 마음을 뜻하는 하향온정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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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넥스 공법 개발에 투영된 한국형 리더십의 실체


기업 리더십 사례로는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이 있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은 종래 용광로 공법의 문제점, 용광로 방식의 다음 단계인 코렉스 공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포스코는 1992년 말 오스트리아의 푀스트 알피네(VAI)가 개발한 코렉스 공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공법을 시행하려니 과거 공법을 쓸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필요했다. 코렉스 공법은 자연 상태의 가루 철광석을 사용할 수 없고 덩어리 철광석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덩어리 철광석은 세계 철광석 매장량의 20%에 불과한데다 가격도 매우 비쌌다. 게다가 IMF 관리 체제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덩어리 철광석을 이용한 코렉스 공법은 연간 5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포스코의 천덕꾸러기로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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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경영진은 코렉스 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파이넥스 공법에는 한국형 리더십의 8가지 덕목이 녹아있다. 포스코는 신공법 추진에 앞서 전사적으로 인재를 뽑았다. 지원자 개별 면담에 경영진이 직접 나섰다. 팀 구성에서 불필요한 중간 조직을 없애 소통 체계를 강화했다. ‘수평조화’를 잘 구현한 것. 조직 문화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과거 포스코는 실수와 실패를 잘 용납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실패하면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는다”는 ‘우향우 정신’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포스코 경영진은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고, 몇 번의 실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다려주고 용납했다. 유무형의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연구소와 현장이 하나가 되어 공법 개발을 위한 열린 토론도 계속했다. ‘성취열정’과 ‘미래비전’을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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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협상 및 설득 능력, 즉 ‘솔선수범’의 덕목도 돋보인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공법 개발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한 오스트리아의 VAI와 협상을 통해 공동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포스코 회장과의 담판에서 "1000억 원만 지원해주시면 무슨 일이 있어도 완성시키겠다"며 물적 투자도 이끌어냈다.

‘성취열정’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파이넥스 개발에 참여한 팀의 구술 언어 빈도를 분석한 결과, 팀원들은 목표(80회), 성공(74회), 미래(49회), 도전(48회)과 같은 단어를 상당히 자주 사용했다. 고도의 목표 성취 욕구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에 파이넥스 개발이 가능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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