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창의력을 주는 뇌의 휴식,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창의력을 주는 뇌의 휴식,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게으른 사람은 창의력이 높다는 게 사실일까




정말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처럼 게으르게 사는 사람들에게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게으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냥 놀고먹으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수많은 게으른 사람들에게선 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지지 않는 것일까.

창의력이나 아이디어를 만드는 능력에 대해 고민하며 관련 콘텐츠를 찾다 보면 쉽게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된다.뇌과학자인 앤드류 스마트는 자신의 저서 '뇌의 배신'을 통해 작은 해답을 내놨다.


앤드류 스마트는 우리에게 뇌의 휴식을 권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환경 때문에 우리의 뇌는 쉴 틈이 없다.생산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인공지능까지 나왔지만 우리는 일에서 자유로워지기는커녕 더 집중해야 하고 업무시간도 줄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멍하게 앉아 있으면 게으르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일중독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은 정작 중요한 것으로 놓치고 있다. 그런데 앤드류 스마트는 일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순간을 찬양하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과학적인 증거들을 제시한다.

그는 최근 뇌과학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뇌의 기저 상태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내세워 설명한다. 불필요한 정보가 제거되고 기억이 축적되는 이 상태가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일을 수행할 때에나 성과를 내고 싶다면 꼭 이런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뇌의 기저 상태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 geralt, 출처 Pixabay

앤드류 스마트는 가급적 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라니? 이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그의 주장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근거로 설득력을 갖기 시작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빈둥거리고 게으름을 피우는 이유는 진화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보존하는 일이었다. 먹는 것을 구하는 일 자체가 엄청난 육체적인 소모를 요하는 굉장한 도전이었기 때문에 에너지를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실 인간에게 휴식이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생명을 유지시키는 가장 큰 활동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게으름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지만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우리는 이런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휴식이란 생명을 유지시키는 가장 큰 활동 중에 하나다 © Greyerbaby, 출처 Pixabay

똑똑하게 쉬어야 창의력이 되살아난다

신경과학자인 워싱턴 대학의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해 ‘휴지기 네트워크(Resting-State Network, RSN)’, 혹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는 개념을 발견해냈다.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활성화되는 독특한 개념이다.

라이클 박사는 실험 참가자들이 문제풀이에 집중하면서 생각에 골몰하자 두뇌 특정 영역에서 활동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테스트가 끝나고 실험 참가자가 과제에 집중하기를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가 되자 이 영역의 뇌 활동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뇌는 사용할수록 활성화된다는 기존의 연구와 이론과는 전혀 다른 결과에 라이클 박사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무의식적으로 생각의 물결을 따라가야 

이 네트워크는 특별한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생각의 물결을 따라갈 때 작동한다. 아무런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데 돌연 좋은 생각이 번쩍하고 떠오르는 것은 두뇌가 저장해둔 ‘내면의 지식’이라는 엄청난 보물을 꺼내놓기 때문이다.

DMN은 잔디밭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을 때나,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눈을 감고 있을 때와 같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저자는 ADHD(행동발달증후군)와 같은 과잉행동장애 아이들의 집중력 저하 문제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DMN 상태와 유관하다고 주장한다.
명상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준다 © kosal, 출처 Unsplash

ADHD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딴생각을 하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신경 쓰기 때문에 이 ‘휴지기’를 제대로 갖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일에 집중하는 능력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일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 역시 일상적인 생활 습관으로 인해 ADHD를 앓게 된다는 것이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고 틈틈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스마트폰으로 SNS까지 확인한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전혀 쉴 틈이 없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과학자 스콧 매케이그는 이런 현상을 “찰나의 도전”이라고 명명하며, 순간적인 일에 응답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설명한다.

이런 순간순간에 대한 대처가 매시간, 매일, 매년 반복된다면, DMN의 상태를 경험하는 일이 계속해서 줄어들기 때문에 창의력이나 집중력,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일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전화와 온갖 IT 기기를 잠시 손에서 내려놓고 어떤 일도 하지 않고 뇌를 쉴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서 다루는 독일의 천재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세기의 철학자 데카르트도 DMN 상태에서 모두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책상 위가 아닌 해안 길을 산책하거나, 침대에 누워 있다가 세계를 놀라게 할 작품과 수학적 발견을 해낸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뇌가 쉬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현대사회의 단면을 뇌과학적으로 접근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심리학 이론과 풍부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업무의 노예가 된 인간의 슬픈 현실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설명한다.

무조건 게으르게 산다고 창의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면서 잠깐씩 명상 수준의 뇌휴식 시간을 줘야 창의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게으르다는 것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게임하고 페이스북을 보는 것이 절대 아님도 함께 깨달아야 한다. 최대한 생각을 자제하고 뇌를 편안하게 쉬게 해주면 기대하지 않았던 활력과 영감이 샘솟아 오르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도 잠시 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보는 것은 어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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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뇌의 배신(출판사 미디어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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