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자 정부는 9.13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강한 세금(종합부동산세)과 대출 규제에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일단 급한 불은 끈 듯하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같은 가격의 주택이라도 다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더 많이 부담시키고 대출규제도 더 까다로워진다. 

정부 정책의 방향은 명확해보인다. 다주택자가 부동산시장을 교란하고 투기를 자행하니 이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강화하고, 집을 더 이상은 사지 못하거나 팔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과연 다주택자들은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세력일까.


3주택자 많지 않고, 지방 거주비중 높아
 
2016년 기준으로 통계청의 주택소유통계를 살펴보면 현재 국내 주택소유자 수는 1331만 명이다. 이중 주택을 하나만 가진 사람은 1133만 명이며 전체 주택소유자 중 85.1%에 이른다. 2주택자는 156만 명으로 이들까지를 포함하면 96.8%까지 비중이 높아진다. 

정부에서 규제하고자하는 3주택자 이상의 비율은 전체 주택소유자 중 3.2%에 불과하다. 정부의 발표를 들으면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지만 현실 속에서는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의 비율이 생각보다는 적음을 알 수 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3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이 아니라 강원(2.2%), 충북(2.0%), 충남(2.5%), 세종(2.8%), 제주(2.7%) 등이다. 서울의 3주택 이상 비율은 1.8%로 전국 평균 수준에 그치며, 오히려 광역시를 제외한 8개도 지역의 3주택 비중이 높다. 전남의 경우에도 1.9%로 서울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8개도 지역의 다주택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이 지역에 팔리지 않은 집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방의 단독주택과 오래된 연립다세대는 처분하고는 싶지만 팔기가 쉽지 않은 상품이다. 특히 상속 등을 통해 이런 주택을 취득한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런 이유로 지방에서 멸실되는 주택의 대부분은 단독주택이나 서울의 경우에는 아파트다. 서울은 단독이나 연립다세대가 많지 않으나 지방은 여전히 이런 유형의 주택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주택 소유자 중에는 어쩔 수 없어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도 많다. 투기를 많이 해서, 집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해서 다주택자가 된 것이 아니라 상속으로 인해 시골에 팔리지 않는 집을 울며 겨자 먹기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일본에는 빈집의 비중이 13.5%(2013년 기준)에 이르는데 빈집의 상당수가 이런 이유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서울은 실수요자 시장

국민은행에 의하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5억5000만 원에 이른다. 이 아파트는 대부분 서울의 동남권(강남4구)에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의 전세가율은 57%(8억8000만 원)이니 투기꾼이 집을 산다면 7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야한다. 

투기꾼이 이렇게 거금을 투자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방법일까. 1억 원을 투자해 1억 원을 버는 것이 투기꾼들의 투자방식이지, 10억 원을 투자해 10억 원을 버는 것은 쉽지도 않을뿐더러 위험이 너무 커 선호하는 투자방식은 아니다. 주변에 이렇게 투자하는 투기꾼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 때문이다. 결혼과 이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규 수요 뿐만아니라 기존 집을 팔고 옮기려는 대체수요 등 집을 사려는 수요는 적지 않다. 하지만 서울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대부분은 재건축재개발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합원 분을 제외하면 서울은 멸실로 인해 공급이 줄어드는 지역이 많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전매제한과 양도세 중과 등 정책으로 인해 시중에 거래가 가능한 매물은 많지 않다.

지금 서울은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다. 양도세 중과로 인해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는 30대가 매입의 주요 계층으로 부상했다. 30대가 그동안 매입의 주체였던 베이비부머, 그리고 40대를 제치고 주택매입 비중 1위 연령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에코붐 세대인데 대부분 최초 주택매입자들이다. 정부에서도 이들에게 대출과 청약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어떻게 대출 없이 집을 살까.
강남의 고가 아파트단지 4곳을 골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거래된 24가구는 평균 거래가격이 17억 원이었다. 놀랍게도 이중 대출을 일으킨 가구는 5세대에 불과했으며 이들의 평균 대출액도 4억 원에 그쳤다. 전체 거래가구의 대출 의존도는 4.8%에 불과했는데, 24가구가 평균 8000만 원만 빌려서 17억 원의 집을 구입한 것이다.

투기꾼이 들끓는 강남만 그럴까. 중산층이 많이 거주한다는 성북구와 노원구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대출의존도는 9.8%에 불과했다. 강북도 10억 원의 집을 살 때 1억 원만 대출을 받는다는 결과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강남은 무려 평균 16억2000만 원의 현금을 동원해 집을 산 것이다. 해답은 대체수요다. 대체수요로 인해 발생한 거래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 기존에 집을 팔고 새 집을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추가되는 비용이 필요 없다. 이들이 대부분은 세금을 내지 않는 1주택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기도 어렵지만 팔고난 후 다른 집을 구입하기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9.13부동산대책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부동산거래의 대부분은 실수요자들에 의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생애 최초로 집을 구입하는 에코붐세대이거나 오래되고 낡은 주택을 떠나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수요다. 정부의 정책은 다주택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이번 정책도 성공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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