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성공하는 협상의 법칙? \

성공하는 협상의 법칙? '요구'와 '욕구' 한 끝차이에 달렸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협상은 언제나 치열하다. 간단한 매매 협상에서조차 입장이 갈린다. 수많은 이해 관계가 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1%라도 낮춰서 사고 싶은 구매자와 1%라도 더 받고 싶은 판매자, 물건을 산 뒤에 2년 이상의 AS 기간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구매자와 AS를 1년 동안만 제공하고 싶은 판매자가 맞서는 것이다. 이 때 개념 하나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뜻밖에도 협상의 활로를 찾게 될지 모른다. 바로 '요구(Position)'와 '욕구(Needs)'다.


'요구'와 '욕구', 한 끝이지만 커다란 차이
출처 SBS 드라마 '야인시대'
좋은 협상을 위해서는 '요구'와 '욕구'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먼저 요구, 즉 포지션이란 협상 테이블에 직접 등장하는 내용을 뜻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구매자가 '단가 1% 인하' 'AS 기간 2년 보장'과 같이 직접 요구하는 표면적인 내용이 포지션이다. 이러한 포지션에만 집착하면 협상을 풀기가 어렵다. 구매자의 이런 요구에 대해 판매자는 '단가 인상' 'AS 기간 1년' 등의 정반대 포지션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반되는 포지션에만 집착해 협상을 진행시키면 서로 자기 주장만 반복하다 협상이 결렬되거나 기계적으로 '반반씩' 양보해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협상 결과를 낳고 만다.

이런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바로 포지션이 아닌 욕구, 즉 니즈(Needs)에 집중하는 것이다. 욕구란 한마디로 말해 '이유'다. 상대가 '왜' 그 포지션을 주장하느냐 하는 것이다.
서희의 외교 담판 (출처 KOCCA 문화콘텐츠닷컴)
'서희 담판'은 역사 속 위대한 협상의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교과서 등을 통해 흔히 알려진 내용은 이렇다. 당시 거란의 소손녕은 '고구려의 후손으로서 옛 땅을 찾으러 왔다'며 80만 대군을 끌고 고려를 침략해왔다. 이에 고려의 서희는 고려가 고구려의 진짜 후손임을 설득시켰고, 그 결과 오히려 북방의 강동 6주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전쟁을 치르러 온 장수가 상대의 말만 듣고 군대를 돌린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가?

실제 협상 상황은 이랬다. 거란은 중국 본토의 송나라와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손녕이 고려를 침공한 것은 송나라를 공격할 때 고려가 후방을 칠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뒤통수'를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서희는 거란이 '왜' 고려를 침공했을 까를 생각했고, 그 핵심을 건드렸다. '고려와 거란 사이에는 강동 6주를 지나야 하는데 여진족 때문에 가로막혀 있다, 이들의 방해만 없다면 거란과 국교를 맺고 싶다'라고 말한 것.

한마디로 거란과 교류할 수 있는 '직항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배후를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소손녕의 근본적인 입장은 서희의 제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거란의 포지션, 즉 ‘항복하라’는 것만 생각했다면 강동 6주를 얻기는커녕 고려는 거란의 속국이 됐을지도 모른다. 즉 욕구, 즉 니즈에 집중해 협상을 진행시키면 반드시 상대가 요구하는 포지션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협상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성과를 내는 '협상의 팁' 세 가지

그러나 실제 적용하자니 앞선 논의가 다소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그러면 어떻게? 다음 세 가지 팁을 통해 스스로 체크해보자.

1) '열린 질문'을 던져라!
협상은 상대와 호흡을 맞춰 최선의 결과를 찾아가는 댄스스포츠에 가깝다 (출처 pxhere.com)
협상은 나 혼자 계산해 정답을 맞추는 퀴즈쇼가 아니다. 오히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 작품을 만들어 내는 댄스스포츠에 가깝다. 이 때 내가 아닌 상대의 욕구와 나의 욕구를 서로 대어보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질문이다. 포인트는 '어떤' 질문을 하느냐, 유효한 질문을 할 수 있느냐에 있다.
 
원재료의 납품 조건을 정하기 위한 협상 상황을 생각해 보자. 상대가 이렇게 요구한다. "납기일은 월말까지 가능하시죠?" 월말까지의 납기는 힘든 상황. 당신이 이런 요구를 받았다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혹시 "납기일을 꼭 월말로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이 생각났는가? 이런 질문을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닫힌 질문'이라고 한다. 상대가 "Yes or No"의 대답만 하게 하는 질문이란 뜻이다.
 
이 때 '열린 질문'이 필요하다. 납기일을 독촉받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다. "납기일을 월말로 하지 않으면 어떤 점이 곤란하신가요?" 이런 질문을 통해 '납기일이 늦어지면 완성품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거나 '원재료 공급이 늦어지면 기계 운영을 멈출 수밖에 없어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등의 진짜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원재료 납품이 늦어져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기계가 지속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소 물량은 꾸준히 공급한다'는 식의 대안 말이다.


2) 관점을 전환하라!
공장 설비를 납품하고 싶은 당신. 어렵게 거래처 사람과의 미팅을 잡았다.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당신은 짧은 시간 안에 거래처 담당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3가지 근거를 준비했다.
1. 이 설비는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들에 비해 생산성이 15% 이상 높다.

2. 불필요한 장치를 없애고 부품의 크기를 줄여서 설비의 크기를 최소화했다.

3. 설비 운영 중 생기는 문제에 대해 24시간 AS가 가능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만약 당신이 만난 사람이 공장장이라면 몰라도 상대가 구매 담당자라면 '빵점'짜리 협상이 될 것이다. 구매 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이 설비가 다른 것들보다 얼마나 더 싼지를 어필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담당자의 욕구, 즉 니즈는 품질보다는 가격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협상가들이 똑같은 이유로 한탄한다. '이게 얼마나 좋은 건데 그 가치를 모른다'면서 말이다.

이는 관점 전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아는 것을 상대도 알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을 상대도 가치 있게 여길 거라고 믿는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건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다.
 나에겐 당연한 것이 상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고, 나에겐 최고의 가치를 주는 게 상대에겐 귀찮은 고민거리일 뿐일 수도 있다. 고수들은 항상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그 사람이 중시하는 건 무엇인지,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뭔지, 상대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욕구 파악의 핵심이다.
 

3) '히든 메이커(Hidden Maker)'를 파악하라!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라면 역시 NFL(미국 프로 풋볼 리그)이다. 그런데 NFL 올스타전에는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올스타전인 '프로볼' 경기가 열리는 지역이 미국 본토가 아니라 하와이라는 점이다. 왜 이들은 굳이 본토를 두고 태평양 한 가운데 놓인 섬까지 날아가 올스타전을 여는걸까?
출처 pixabay.com
NFL은 몇 년간 프로볼 경기에 슈퍼 스타급 선수들을 불러 모으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왜 올스타전에 안나오는걸까? 상금을 늘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100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 금액을 연봉으로 받는 선수들에게 몇 만 달러의 상금은 인센티브가 될 수 없었다.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했다. 시즌이 끝나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성적과 아무 관련도 없는 경기에 나섰다가 부상을 당하면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주최 측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프로볼 경기 장소를 하와이로 옮기고 하와이행 왕복 항공권과 최고급 호텔 숙박권을 제공하기로 한 것.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타 선수들이 하나둘 프로볼 참석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이들 슈퍼 스타들에게 부족한 것은 돈이나 명성이 아니라 가족 혹은 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최 측은 이 점을 공략했다. '합법적인 휴가 기간'을 줘서 선수들이 평소 잘 챙겨주지 못했던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전략이었다.

바로 이것이 ‘히든 메이커(Hidden Maker)’를 활용해 상대의 욕구를 자극한 협상이다. 히든 메이커란 나의 협상 상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주변 사람’이다. 앞의 협상에서는 스타 선수들의 가족과 애인이 히든 메이커였던 셈이다. 그래서 협상 고수들은 내 협상 파트너의 주변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히든 메이커의 말을 따르는 것 또한 하나의 중요한 욕구가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진짜 원하는 것에 효율적으로 집중하라

퇴근한 당신이 녹초가 된 몸을 소파에 누이려는데 당신의 아내가 말을 건다. "여보, 요즘 애들이 너무 말을 안 들어. 그리고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요새 머리가 너무 아파." '나도 힘들어 죽겠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꾹 참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내일 병원 가자." 하지만 당신의 말을 들은 아내의 얼굴에서 고마움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고 오히려 잔소리를 쏟아낸다.

이제 그 이유를 알겠는가? 아내에게 '머리가 아프다'는 건 포지션일 뿐이었다. 진짜 원하는 것, 즉 니즈는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시달리며 집안일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것을 남편이 알아주길 바랐던 것이다. 결국 "그래? 오늘 힘들었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면 해결될 일이었다. 기억하라. 협상뿐만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도 포지션이 아닌 니즈에 집중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15호
필자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인터비즈 오종택,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