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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2조 투자 유치'를 보는 여러 시선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재무구조 개선용 실탄" vs "공격적 투자 유효"
"대주주 펀드 엑시트 가능성" vs "장기적 투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쿠팡은 고객을 위한 기술 혁신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11월 21일, 쿠팡 보도자료) 

지난 21일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대규모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가 술렁였다. 그간 누적된 적자로 경영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커지는 와중에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쿠팡이 세계적인 투자자인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다시 한번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밝다는 분석도 나왔다. 쿠팡은 그간의 의심과 의혹의 눈초리를 의식한 듯 이번 투자금을 밑천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번 투자금을 공격 경영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대규모 투자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 만년 적자 vs 계획된 적자

최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이번 투자금을 신규 투자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이나 운영자금에 쓸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추가 투자 이유에 대해 '파산보다는 사업 정상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쿠팡의 재무구조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만큼 이를 안정화해 손익계산서를 정상화한 뒤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이 보고서뿐만 아니라 비슷한 류의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쿠팡은 그간 적자 행보가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인데, 사실은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쿠팡도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이번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면서 투자금을 물류 인프라 확대와 결제 플랫폼 강화,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계획된 적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김범석 쿠팡 대표 역시 최근 미국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장기적 비전에 따라 임하고 있으며 현재는 회사가 몸집을 키우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와는 별개로 쿠팡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이런 의심과 의혹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오랜 기간 적자를 유지했지만 결국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았듯 쿠팡 역시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얘기가 있긴 하다"며 "다만 쿠팡의 경우 아직 아마존처럼 시장을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 사진=쿠팡 제공.
◇ 경영권 불안?…김범석 "소프트뱅크, 장기적 투자"

김범석 대표의 경영권을 둘러싸고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이번 투자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비전펀드는 앞서 지난 2분기에 손 회장이 보유한 쿠팡 지분 전량을 7억 달러에 넘겨받았고, 이번에 추가로 2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미국의 '쿠팡LLC'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LLC는 쿠팡의 지분 100%를 가진 미국법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김범석 대표의 경영권으로 쏠리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쿠팡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쿠팡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김 대표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영권 유지를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최대주주가 정확하게는 손정의 회장이 아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비전펀드는 손 회장이 지난 2016년 1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한 펀드로 사우디 정부계 투자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최대(48.4%) 출자자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30%가량을 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가 대주주가 된 만큼 언젠가는 자금 회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따라온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도 장기적 투자"라고 일축했다.

손 회장이 지난 2015년 10억 달러를 투자해 보유한 지분을 7억 달러에 비전펀드로 넘긴 대목도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쿠팡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게 뻔한데 주식을 '헐값'에 판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매각 가능성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 다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당장 중요한 건 쿠팡이 거액의 실탄을 확보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르느냐가 투자자들의 행보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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