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한식 세계화 10년 … 그래서 떡볶이는 수출했나요?

한식 세계화 10년 … 그래서 떡볶이는 수출했나요?

MB 정부의 ‘떡볶이 세계화’ 전략, 그 後  
길거리 음식 떡볶이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한식 세계화 메뉴로 떡볶이를 선정하면서다. 떡볶이에는 ‘TOPOKKI’라는 영어 이름이 붙여졌고, 미국으로 날아가 떡볶이 페스티벌도 펼쳤다. 그로부터 10년, 떡볶이의 세계화 전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떡볶이의 꿈은 좌절된 걸까.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잘못된 발상이었다”고 털어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식 세계화 10년의 슬픈 성과물을 취재했다. 
떡볶이 세계화 구호가 울려퍼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000원짜리 몇장이면 사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 떡볶이가 한식 대표 메뉴로 등장한 건 2009년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해 한식재단(현 한식진흥원)을 설립하고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 메뉴로 김치ㆍ비빔밥ㆍ막걸리와 함께 떡볶이를 꼽았다.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식품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떡볶이 분야에는 5년간 14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같은해에 정부 지원으로 경기도 용인에 떡볶이연구소(한국쌀가공식품협회 부설)가 문을 열었다.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떡볶이 소스 및 신제품 개발, 프랜차이즈 창업 교육 등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떡볶이연구소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1년여 만에 소리 없이 문을 닫았다. 떡볶이의 세계화도 지지부진했다.

떡볶이는 왜 세계무대에서 자리 잡지 못했을까. 사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떡볶이가 세계화하기에는 어려운 음식이라고 예상했다. 떡볶이의 차지고 치아에 들러붙는 식감을 선호하는 서구인들이 흔치 않아서다. 이경희 경희대(외식경영학) 교수는 “한국이나 일본ㆍ중국 등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차지고 쫀득한 식감의 자포니카종 쌀을 선호하지만 동남아시아ㆍ서아시아ㆍ미주ㆍ유럽사람들은 부슬부슬한 인디카종 쌀을 선호한다”면서 “빵이나 면을 주로 먹는 서구인들은 떡의 식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건 시장조사를 해봐도 금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떡볶이가 동북아시아 사람들에게만 통용되는, 세계화하기에는 반쪽짜리 음식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국내 떡볶이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진출한 국가도 아시아에 국한돼 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 아딸 관계자는 “말레이시아ㆍ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미주ㆍ유럽지역 진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떡볶이의 매운 맛도 외국인들이 먹기에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힌다. 김혜영 우송대(외식조리학) 교수는 “국가마다 선호하는 매운맛의 정도가 모두 달라 맛을 현지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간장 양념을 베이스로 한 궁중떡볶이는 서구인들도 잘 먹는 편이지만, 고기와 야채가 들어가 현지에서 식재료를 조달하기 어렵고 요리법이나 먹는 방법까지 알려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떡볶이를 세계화 메뉴로 꼽은 건 철저한 조사나 준비 과정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제조업체가 떡볶이를 수출하는 데도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떡볶이 떡은 건조식품이 아니라서 수분함량이 높고,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이다. 떡볶이 떡 제조업체 송학식품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선박으로 제품을 운송하는 데 25일가량 소요되는데, 떡의 유통기한이 두달 남짓이다”면서 “수요는 많지 않고 유통기한은 짧아 재고관리가 어려운데 수익이 나겠느냐”고 꼬집었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떡볶이 사업 1년 만인 2010년 떡볶이 수출량이 489t에서 620t(2008년 대비 2009년)으로 증가했다고 홍보했지만, 빛 좋은 개살구였던 셈이다.

송학식품 관계자는 “떡볶이 세계화 사업의 효과는 6개월도 못 갔다”면서 “당시 미국 등에서 떡볶이 페스티벌을 열었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떡볶이 수출량은 대부분 현지 교민이 소비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중국 현지에 떡 제조공장에 대거 들어서 중국 수출길도 위협 받고 있다. 정부가 제조업체 실정도 확인하지 않은 채 떡볶이 수출이라는 허망한 구호만 외쳤던 셈이다.

‘떡볶이는 죄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떡볶이뿐만 아니라 당시 정부가 추진했던 막걸리ㆍ비빔밥ㆍ김치 모두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한 건 한식의 세계화라는 발상 자체가 억지스럽게 때문이라는 일침이다. 실제로 떡볶이의 세계화는 남아도는 쌀을 소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이었다. 떡은 원료 절반(55.0%ㆍ2008년) 이상이 쌀인 데다 규격화ㆍ표준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당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떡볶이 산업과 쌀 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밥에 사용하는 쌀 외에 떡이나 과자에 사용하는 가루용 쌀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설립된 떡볶이연구소는 소리소문 없이 문을 닫았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식품업계 관계자는 “떡볶이 수출과 쌀 소비 촉진과는 별 관계가 없다”면서 “떡볶이 업체 대부분 수입쌀로 떡을 만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스쿠프가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떡볶이 제품 3종을 확인한 결과, 수입산 쌀 함량이 98.0~99.0%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쌀 떡볶이는 수입산 대비 가격이 두배가량 비싸서 수출하더라도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억지 아닌 진정성 필요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는 “음식문화는 예산을 쏟아부어서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다”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접하고, 맛있다면 해먹어 보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떡볶이의 기원을 궁중떡볶이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궁중떡볶이의 근거는 미약하다. 이를 떡볶이의 기원으로 보는 것은 떡볶이에 ‘전통’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역사를 길게 잡기 위한 것이다. 떡볶이의 요체는 1950년대 이후 떡에 매운 양념ㆍ어묵ㆍ달걀ㆍ당근ㆍ조미료 등을 넣어 만든 우리 시대에 새로 생긴 음식이다. 한국 대표음식은 아니지만, 어묵 국물과 함께 제공되는 한국의 ‘밥과 국’ 문화를 담은 음식으로 풀어내는 게 옳다고 본다.” 한식의 세계화는 억지가 아닌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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