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한류 열풍 타고… ‘한국형 홈쇼핑’ 태국 사로잡다

한류 열풍 타고… ‘한국형 홈쇼핑’ 태국 사로잡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CJ그룹, 동남아 시장 공략
CJ ENM 오쇼핑 부문의 태국 홈쇼핑 법인 GCJ에서 태국 유명 배우인 쿤뽁(가운데)과 쇼호스트들이 한국 중소기업의 화장품 ‘미라클톡스’를 소개하고 있다. CJ ENM 제공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안티에이징 크림을 발라보겠습니다. 실제로 보톡스를 맞는 것처럼 따끔따끔하다가 곧 촉촉해지네요.”

지난달 28일 태국 방콕에 있는 홈쇼핑업체 ‘GCJ’의 방송 스튜디오에선 태국에서 김희애급 스타인 쿤뽁이 쇼호스트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며 홈쇼핑 방송을 찍고 있었다. GCJ는 2012년 CJ ENM 오쇼핑 부문과 태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그룹인 GMM그래미가 합작해 만든 태국 홈쇼핑업체다. 지난해 말 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 화장품의 매출액은 지금까지 6억 원. GCJ의 지난해 매출이 650억 원이니 단연 효자 상품이다. GCJ 관계자는 “1990밧(약 7만 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추가 물량을 주문해야 할 정도로 잘 팔린다”고 말했다.

○ ‘한국형 홈쇼핑’ 표방해 업계 1위 올라

CJ ENM은 한류를 앞세워 태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국은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여러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인도차이나반도의 문화 중심지라 동남아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CJ ENM의 태국 주요 사업은 홈쇼핑이다. 중산층이 늘면서 비(非)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GCJ는 일본, 대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태국 홈쇼핑 시장에서 2015년부터 4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2018년 2분기 3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년 만에 처음 흑자를 내기도 했다.

비결은 ‘한국형 홈쇼핑’이다. 기존 태국 홈쇼핑은 창고에 재고를 쌓아놓을 수 있는 제품만 정적인 분위기에서 팔았다면 GCJ는 한국처럼 ‘쇼’의 형태로 바꾸고 상품군도 바꿨다.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도 직접 체험해보는 형태로 소개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태국 현지 직원들은 매년 한국에 파견돼 방송 제작과 상품 발굴 교육을 받는다.

봉세욱 GCJ 법인장은 “한국문화에 호감을 갖고 있는 태국 소비자들에게 ‘홈쇼핑 한류’가 성공적으로 다가가고 있다”며 “화장품이나 패션 아이템은 물론이고 보험과 여행 상품 등으로 상품군을 확장해 올해 매출 745억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한류 현지화로 동남아 시장 개척


태국은 한류만 믿고 무작정 뛰어든 기업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한국 제품이라면 다 잘 팔릴 것으로 기대했다 철수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한국의 한 유명 온라인 유통기업 역시 7월에 태국 사업을 접었다.

태국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행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에서는 물광 화장법이 유행해도 태국에서는 여전히 BB크림이 잘 팔린다. 고기 굽는 그릴도 태국 전통 샤부샤부인 수끼까지 끓여먹을 수 있는 제품이 인기다.

봉 법인장은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들여올 때에도 태국 현지 협력사와 논의해 팔릴 법한 제품만 내놓는다”며 “GCJ에서 팔리는 물건의 90%가 현지 브랜드이거나 현지에서 제조한 한국 제품”이라고 말했다.

GCJ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으로 1998년 태국 사업을 시작한 CJ대한통운과의 시너지 효과도 꼽힌다. 태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20% 안팎에 불과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물건을 받기 전에 결제하는 것을 꺼린다. 대부분 소비자가 전화로 물건을 주문해 받은 뒤 택배기사에게 현금으로 지불한다. CJ대한통운이 있었기에 한국과 다른 결제 시스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CJ ENM 측은 “현지 법인 설립, 방송 포맷 판매 등 다양한 현지화 시도로 경제성장률과 인구증가율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방콕=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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