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육아휴직 1년 다 썼더라도 추가로 1년 더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1년 다 썼더라도 추가로 1년 더 근로시간 단축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저출산 대책]출산-육아 지원 방안
“출산율보다는 아이와 부모가 살기 좋은 환경, 즉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저출산 정책을 전환하려 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원장이 5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문재인 정부의 첫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난임치료비 등 임신·출산 지원이나 어린이집 등 보육제도를 강화해온 기존 정책과 달리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육아와 일의 양립’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부 정책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기존 제도를 확대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 일과 가정의 양립에 목표
이번 대책에는 맞벌이 부모의 ‘일과 육아’의 균형을 찾아 주려는 지원책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시간 단축 확대’다. 현재 만 8세 이하 육아기 부모는 하루 2∼5시간(주 10∼25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1년 육아휴직을 모두 썼다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없었다.

앞으로는 육아기 부모는 육아휴직을 1년 다 썼더라도 추가로 1년간 근로시간(하루 1∼5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루 1시간 단축은 통상임금의 100%, 2∼5시간은 80%를 지원받는다. 1년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면 최대 2년간 일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위원회는 “대체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맞벌이 가정에 돌보미가 방문해 아동을 돌봐주는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대상도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50% 이하로 확대된다. 이 기준에 따라 3인 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442만 원이 넘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원이 확대돼 월평균 소득 553만 원인 가구도 혜택을 받는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아빠 출산휴가’ 기간도 늘어난다. 현재는 아내가 출산할 경우 3일만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앞으로는 10일로 늘어난다.

○ 내년부터 정책 시행


만 1세 미만 아동의 외래 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비율도 ‘21∼42%’에서 ‘5∼20%’로 절반가량 내려간다. 예를 들어 감기로 동네의원을 방문하면 현재 초진 진찰료 32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동네의원 본인부담금이 5%대로 떨어져 약 700원만 내면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만 1세 미만 아동의 연평균 본인부담액이 16만5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66%가량 줄어든다. 임신·출산 진료비로만 쓸 수 있는 ‘국민행복카드’도 지원 금액이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인상된다. 또 아동 의료비에도 사용할 수 있게 돼 1세 아동의 진료비가 사실상 0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출산휴가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던 고용보험 미적용자도 석 달간 총 150만 원(월 50만 원)을 받는다. 커피가게 주인 등 자영업자,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5만여 명이 혜택 대상이다.

○ 기존 대책 확장판에 年 9000억 추가 투입


최근 12년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만 124조2000억 원에 달한다. 이날 발표한 대책으로 인해 2022년까지 연간 9000억 원 이상(신혼부부 주택지원 예산 제외)이 추가로 투입된다. 현재 기존 저출산 정책의 전체 예산이 연간 26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2022년까지 매년 연 27조 원 이상이 저출산을 막기 위해 쓰이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올해 1.0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연 출생아 수도 32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05명, 출생아 수는 35만8000명이었다. 내년에는 연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적극 나선 이유에는 어떤 묘책을 써도 당장은 이 같은 저출산 기조를 바꿀 수 없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실제로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저출산 대책이 발표됐다. 목표 출산율을 정한 후 이를 달성할 정책을 내놓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저출산 종합대책에서는 출산율, 출생아 수 목표는 공표되지 않았다. 아이 키우는 환경, 즉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해 자연스럽게 출산을 유도하겠다는 점이 강조됐다. 다만 취지와는 달리 기존 저출산 대책을 확대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취지와는 별개로 신생아 수 30만 명대 붕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맘 이수정 씨(35)는 “근로 단축을 하고 싶어도 회사 눈치가 보이고 업무량이 많아 불가능한 구조인데 제도만 확대하면 뭐하나”라며 “기존 저출산 정책이 왜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지 그 요인을 찾고, 이를 개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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