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정장 입고… 청문회서 고개숙인 저커버그

정장 입고… 청문회서 고개숙인 저커버그

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정보유출 내 책임”… 의회 나와 사과44명 의원 앞에서 5시간 설명“어젯밤 어느 호텔서 묵었나” 묻자 머뭇거리다 “음, 아뇨”… 장내 웃음CNN “저커버그, 의원들에 판정승”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왼쪽)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 시작에 앞서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다. 평소 즐겨 입는 티셔츠에 청바지가 아닌 양복 차림으로 청문회장에 나온 그는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 유출에 대해 “매우 큰 실수였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어젯밤 어느 호텔에 묵었는지 맘 편히 알려줄 수 있습니까?”

“음…. 아뇨.”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회사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 합동청문회에서 ‘묵었던 호텔’에 대한 딕 더빈 상원의원의 질문을 받고 말문이 턱 막혔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아니다’라고 답변하자 장내에선 의미심장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커버그의 의회 청문회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빈 의원은 “그것이 지금 논의되는 모든 문제”라며 “당신의 프라이버시 권리, 권리에 대한 제한, 현대 미국에서 ‘세계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명목으로 그걸 얼마나 저버렸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회원 8700만 명의 정보가 영국의 정치 컨설팅회사인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로 넘어간 것을 페이스북이 방관한 걸 꼬집은 것이다.

즐겨 입는 티셔츠와 청바지 대신 페이스북 로고 색깔인 하늘색 넥타이에 남색 정장을 입은 33세의 저커버그는 이날 44명의 상원의원 앞에서 약 5시간 동안 22억 명의 회원 정보 관리와 개인정보 유출 방지 대책을 대체로 막힘없이 설명했다.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스캔들과 관련해 “넓은 관점의 책임을 인식하지 못한 건 매우 큰 실수였다. 그것은 내 실수다.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회원이나 당국에 알리지 않은 것도 “돌이켜보면 분명히 실수였다”며 후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저커버그의 정장은) 사과의 말처럼 절제와 존중을 보이는 시각적 성명”이라고 평가했다. 저커버그는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 2017년 하버드대 졸업식 등에서만 예외적으로 정장을 입었다.

저커버그는 “우리는 수만 개의 앱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부적절한 일이 있으면 사용을 금지하고 모든 사람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단순하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인정보 침해 발생 이후 72시간 내에 회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는 새 규제에 대해서도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 없는 유료 서비스 모델을 검토한 적은 있지만 현재와 같은 광고 기반 무료 모델을 폐기할 뜻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 광고의 경우 광고주 신원과 거주지를 검증하겠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페이스북 측은 개인정보 유출 신고자에게 최고 4만 달러(약 428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CNBC는 전했다. 저커버그는 또 일부 직원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았다는 것도 인정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중국의 경쟁자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혁신을 지속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의원들은 규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코네티컷)은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스캔들과 관련해 “의도적 회피(Willful blindness)였으며 부주의하고 무모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CNN은 “이번 청문회로 분명해진 건 많은 미국 의원이 21세기 기술에 무지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저커버그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정보기술(IT)업체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도 “저커버그는 ‘수박 겉핥기’식 질문 덕을 봤다. 페이스북이 대승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뉴욕증시에서 추락을 거듭하던 페이스북 주가는 이날은 전날 대비 4.50% 급등했다. 저커버그는 11일 오전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