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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빙그레 '슈퍼콘'의 카피 논란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
  4년간 100억원 투자한 슈퍼콘 카피 논란 '안타까움'

"사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과자류는 다 돌고 돌아요. 미국 제품을 일본이 비슷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한국으로 중국으로 돌고 돌죠. 그러다 보면 비슷한 제품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꼭 베꼈다고 볼 수는 없어요."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끊이지 않는 카피 제품 논란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워낙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지다 보니 다른 제품과 비슷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제조 공정도, 맛도 다른데 무조건 카피로 비판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누군가 시비를 걸기 위해 따지고 들면 한도 끝도 없다고도 하소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빙그레가 업계의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신선한(?) 문구와 함께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빙그레는 지난 5일 '세상에 없던 새로운 아이스크림의 탄생'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슈퍼콘이라는 콘 아이스크림 제품을 내놨는데요. 홍보 문구만 보면 '하늘 아래 새로운' 제품이 나온 듯합니다. 빙그레는 "4년의 연구개발 기간과 100억원에 달하는 투자로 근래 빙그레가 준비한 가장 비중 있는 아이스크림 프로젝트"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빙그레는 슈퍼콘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콘 과자는 설탕의 함량을 줄여 단맛을 억제하고 바삭한 식감을 유지했습니다. 콘 과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제품보다 절반 이상 줄이고 토핑은 50% 이상 늘려 아이스크림의 맛을 살렸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 빙그레 슈퍼콘. 사진=빙그레 공식 블로그
새로운 포장 방식도 적용했습니다. 일명 '스타실' 공법을 통한 삼각별 모양 포장으로 국내 제품에는 없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합니다.

빙그레가 야심 차게 신제품을 내놨지만 반응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네티즌 사이에서 빙그레의 슈퍼콘이 일본 글리코사의 자이언트콘 제품을 카피했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두 제품이 얼마나 비슷하기에 출시가 되자마자 이런 지적이 나왔을까요? 

실제로 두 제품을 비교해보면 일단 외관이 비슷합니다. 자이언트콘도 풍부한 토핑과 함께 빙그레가 강조한 삼각별 모양의 포장 방식이 눈에 띕니다. 제품 전체 모습을 겉 포장에 새겨 넣은 것도 같습니다.
▲ 일본 글리코사의 자이언트콘. 사진=글리코 홈페이지
외관뿐만 아닙니다. 제품 설명을 비교해볼까요. 빙그레는 이번에 초콜릿과 바닐라 제품 두 가지를 내놨는데요. 이중 바닐라 제품에 대해 "콘 과자에 '크런치 초코'를 추가로 도포해(겉에 발라)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이언트콘은 어떨까요. "바삭바삭한 콘과 바닐라아이스 사이에 식감이 좋은 '비스킷 초코'를 넣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제품이 유사한 특징을 지닌 겁니다.

빙그레는 당연히 카피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일단 삼각별 모양의 포장 방식은 과거 빙그레가 내놨던 허리케인콘 제품 포장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겉 포장에 내용물을 보여주는 방식의 경우 슈퍼콘이나 자이언트콘은 물론 콘 아이스크림 제품 포장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빙그레는 그러면서도 유사한 외관 등 논란의 소지에 대해선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포장지 교체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해보겠다는 설명입니다.
▲ 빙그레 허리케인콘. 사진=빙그레 공식 유투브 채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말 카피를 했다면 그 자체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혹여 카피가 아니더라도 빙그레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면서 논란의 여지를 만든 대목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 글리코의 자이언트콘은 나온 지 50년도 넘은 장수 제품입니다. 국내 제과업체 개발자들이 이 제품의 존재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겁니다. 

4년간 100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공을 들인 제품인데 카피 논란으로 제품 이미지가 손상된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특히 국내 제과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일본 제품 카피 논란에 시달려온 만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국내 제과업체들은 최근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에 한계에 부닥치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이른바 '짝퉁' 제품의 등장으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빙그레도 마찬가지입니다. 빙그레의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우유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다가 짝퉁의 등장으로 매출이 급감한 경험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바나나맛우유 용기와 디자인이 유사한 젤리 제품을 만든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카피 제품에 민감할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는 겁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말처럼 다른 제품에서 어느 정도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나쁠 게 없습니다. 인기 제품을 벤치마킹해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든다면 그건 '카피'가 아닌 '창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 제과업체들은 '창의'를 강조합니다. 끊이지 않는 일본 제품 카피 논란에 맛도, 제조 공정도 다르다며 '공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소비자들 눈에는 '창의'가 아닌 '카피'로 보이나 봅니다.

과연 소비자들이 괜한 시비를 거는 걸까요? 앞으로도 수많은 신제품을 내놓고 해외 진출을 확대해야 할 우리나라 제과업체들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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