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한국에서 태어난 ‘세계 최초’의 비즈니스들

한국에서 태어난 ‘세계 최초’의 비즈니스들

  ‘세계 첫’이라는 수식어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창의적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고, 업계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며, 더욱 많은 시장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다.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낸다는 부분에서 ‘세계 최초’가 대부분 외국 기업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국내 기업은 의외로 많다. 커피믹스나 락앤락 같은 제품들이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 말이다. 이번에는 제품이 아니라, 세계 최초의 ‘서비스’를 탄생시킨 한국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전세계 유통 지형을 바꾸고 있는 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O2O 서비스의 대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로는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 등을 비롯한 여러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이 같은 배달앱의 등장은 국내 배달 음식 시장을 한층 더 성장시켰다. 배달음식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16년 전체 음식점의 80%가 배달앱을 사용했다. 더구나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독일,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배달 음식 문화가 크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배달앱의 활성화는 소비자들의 삶 뿐 아니라 식당들의 사업 전략도 바꾼다. 배달 중심으로 식당을 운영하면 적은 자본으로도 많은 고객을 확보해 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배달앱은 어디서 처음 태어났을까. 2000년대 초 여러 외국 스타트업 이 배달 중개 앱을 선보였으나 지금 널리쓰이는 위치기반의 배달음식 플랫폼 서비스는 2010년 4월 등장한 배달통이 세계 최초다. 전단지를 뒤지는 대신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주변의 배달음식점을 찾고 바로 주문을 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가장 큰 무기였다. 배달통을 출시했던 스토니키즈의 김상훈 대표 역시 당시 인터뷰를 통해 자취하며 전단지 처치가 곤란했던 경험을 떠올려 앱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거기에 배달 음식 문화가 발달했던 국내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읽었던 것도 유효했으리라. 다만 배달통의 현재 국적은 독일이다. 2014년 말 독일의 온라인 기반 음색배달 서비스 업체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선보인 선릉역 가상스토어 1호점 /동아일보DB
VR/AR 기술을 활용해 직접 매장에 방문할 필요 없이 가상 공간 속의 이미지만으로 제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가상 매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요즘. 7년 전 한국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에 이와 비슷한 가상 매장이 이미 등장했다. 2011년 8월 홈플러스가 선보인 ‘홈플러스 스마트 가상 스토어’는 선릉역 개찰구 앞 기둥과 스크린 도어 등 공간을 활용해 실물이 아닌 이미지만을 보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 세계 최초의 가장 매장이었다. 벽면에는 500여개 주요 신선식품 및 생활 필수품 등의 이미지가 나열되어 있고,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바로 제품을 주문할 수 있었다. 당시 이 같은 시도는 신선하고 파격적이었다.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은 “고객이 매장을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야 한다는 고객 중심 사고에서 4세대 유통점인 ‘홈플러스 스마트 가상 스토어’가 탄생하게 됐다”면서 “업태, 시간, 장소를 불문한 창조적 파괴”라고 자평했다. 2012년 열린 The World Retail Awards에서는 비즈니스 혁신(Retail Innovation of the year Business)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가상 매장은 유통 업계의 트렌드를 바꾸는 듯 보였다. 홈플러스 이후 G마켓, 11번가, 롯데백화점 등 많은 업체들이 곳곳에 가상 매장을 열었다. 외국에서도 가상 매장 열풍이 불었다. 이베이, K마트, P&G 등 글로벌 기업들도 미국, 영국, 체코 등지에서 가상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이 열풍은 한때의 유행으로 마무리 됐다. 배송료와 배송시간 논란, 늘어선 제품 사진들이 시각적 공해를 일으킨다는 주장, 스마트폰이나 웹사이트 등 충분한 대체 쇼핑 수단이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이후 언론을 통해 “가상스토어 매출이 그리 좋지 않아 체험관 형태로 남겨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인의 음악 감상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멜론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04년 11월 처음 시장에 ‘출현’한 멜론은 세계 최초의 유무선 연동 유비쿼터스 음악 서비스였다.
   
CD에서 MP3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음악 산업의 구조적 재편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 ‘편하게’ ‘마음껏’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MP3 파일을 돈을 주고 사는 것에 소극적인 소비자가 많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서비스가 바로 멜론이었다. “음악을 사기 싫다면 빌려 줄게”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멜론은 성공적으로 국내 음악 시장을 점령했고, 국내외 음악 사업자의 가장 큰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후 이와 비슷한 (그리고 더 진화된) 음악 서비스들이 우리의 삶 깊숙히 자리잡게 된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오늘날에 들어서 소유의 의미가 희석된 ‘렌털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멜론의 음악 렌털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 밖에도 SNS(싸이월드), PC방 등도 국내에서 처음 생겨난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대답은 “글쎄…”다. SNS의 경우 싸이월드가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국 유명 서비스 보다 먼저 등장한 것은 맞지만 그보다 앞서 아이러브스쿨, 미국 클래스메이트닷컴 등이 존재했다. 전자 카페, 인터넷 카페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던 PC방도 우리나라를 탄생지로 콕 집어 말하긴 어렵다.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업계를 뒤흔드는 광풍이 되지만 때로는 미풍에 그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지켜가고 진화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도전은 그 실패와 성공 여부를 떠나 언제나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인터비즈 황지혜
inter-biz@naver.com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