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이 왜 은메달보다 행복할까?

동메달이 왜 은메달보다 행복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가장 따고 싶은 메달이 뭐냐고 물으면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럼 은메달과 동메달 중에 선수들은 어떤 메달을 더 좋아할까? 2018 평창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딴 차민규(500m) 선수와 동메달을 딴 김민석(1500m) 선수 중 누가 더 많이 기뻐하고 큰 성취감을 느낄까? 세상에 2등보다 3등을 더 좋아하는 선수가 어디에 있겠냐 생각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위) 김민석 선수 (아래) 차민규 선수 / 출처 KBS, SBS 뉴스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코넬대의 빅토리아 메드빅(Victoria Medvic) 교수는 올림픽 입상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높은 만족도와 행복감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스포츠는 성취의 높고 낮음이 그 어느 분야보다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1등이 최고 잘한 것이고 2등이 3등보다는 분명히 더 뛰어난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왜 객관적으로 우월한 은메달보다 상대적으로 열등한 성취인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행복해하는 것일까?



만약 … 했다면 ~ 했을 텐데

이는 선수들이 객관적 성취의 순서가 아니라 사후가정사고counterfactual thinking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후가정사고란 "만약 … 했다면 (또는) 하지 않았다면 … 했을 텐데" 와 같이 어떤 일을 경험한 후에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았던 가상의 대안들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만약 심판이 공정했더라면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소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 / 출처 SBS 뉴스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선수들이 자신의 실제 성취를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가상의 성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은메달을 딴 선수는 주로 가상의 비교 대상이 금메달이다 보니 객관적 성취보다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반면에 동메달을 딴 선수는 가상의 비교 대상이 노메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객관적 성취는 은메달보다 못하지만 더 행복하게 느낀다.
 
이렇게 보면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김민석 선수가 객관적으로 더 우수한 성적인 은메달을 딴 차민규 선수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둘 다 기대 이상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김민석 선수는 근소한 차이로 시상대에 오른 선수가 된 반면에 차민규 선수는 0.01초 차이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운동선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현상은 흔히 나타난다. 학기 말 성적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아쉬워하고 학점에 대해서 교수와 협상(?)을 시도하는 학생들은 주로 A-나 B+ 학점을 받은 이들이다. 이 학생들은 B나 C보다 객관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성적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아깝게 놓쳤다는 생각에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큰 것이다.



상향적 사후가정 vs 하향적 사후가정

그렇다면 우월한 결과를 열등하게 느끼게 하는 사후가정사고는 피하는 게 상책일까? 이미 일이 일어나고난 뒤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사후가정사고는 부정적인 정서만 불러 일으킬뿐이므로 안 하는 게 더 좋아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후과정사고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시,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선, 동메달리스트의 경우처럼 더 안 좋은 가상의 결과(노메달)와 실제 결과(동메달)를 비교함으로써 부정적 감정을 완화시키고 기쁨과 만족 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이를 하향적 사후가정사고라고 한다. 동메달리스트처럼 열등한 가상의 성과를 선택해 실제 성과와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결과를 가지고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하지만,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반대로 더 좋은 일을 떠올려 실제 결과와 비교하는 상향적 사후가정사고도 있다. 앞서 언급한 은메달리스트의  사례처럼 상향적 사후가정사고는 부정적인 정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와 동시에 더 나은 상황 또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원인들을 파악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즉 미래에 비슷한 상황에 다시 처했을 때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만약 연습을 조금만 더 했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와 같은 사후가정사고는 다음 대회를 더 잘 준비하도록 하며 미래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회피하기보다 바르게 이해하자

사후가정사고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은 소비자 행동 등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도움이 된다. 소비자의 만족이 상품의 절대적 가치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소비자의 만족은 상품의 실제 가치에 대한 인식과 가상대안의 평가 차이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 만족을 높이기 위해 상품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등 상품의 실제 가치를 높일 수도 있지만, 적극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가 구매한 자사 상품보다 열등한 가상대안을 떠올려서 비교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출처 (위) KBS 뉴스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 (아래) 동아일보 DB
스포츠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무리해보자. 전 국민이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은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그의 선수로서의 업적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본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인 것 같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록을 확인한 직후 이상화 선수가 울음을 터뜨린 것도 어느 정도 이러한 아쉬움 때문이었으리라. “마지막 코너에서 그 작은 실수만 아니었다면 금메달을 땄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정말 생각하기 나름일 뿐이다. 금메달 말고 동메달과 비교해 보자. 사실 그의 기록도 금메달을 딴 일본 선수와는 제법(0.39초) 차이가 나지만 동메달을 딴 체코 선수와는 0.01초 차이밖에 나지 않고 메달권에서 밀려난 4위 오스트리아 선수와도 0.18초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은메달을 딴 것이 다행이고 기뻐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이상화 선수 은메달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는 것에 비교 대상 같은 것은 필요치 않다. 그 자체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의미 있는 성취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5호
필자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인터비즈 박근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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