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칭찬만 했다 하면 병살타를 치는 이유는 뭘까?

칭찬만 했다 하면 병살타를 치는 이유는 뭘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타자들이 제가 칭찬만 하면 꼭 다음 타석에 잘 못 친단 말이죠. 
이번에도 제가 칭찬을 했으니 잘 못 칠 겁니다  

야구계의'펠레'로 유명한 박동희 프로야구 해설가. 펠레의 저주처럼 그가 특정 선수나 팀에 대해 '칭찬'의 칼럼을 쓰거나 논평을 하면 반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박펠레'라는 별명이 붙었다. YTN 스포츠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스로를 박펠레로 소개한 박동희 해설가 / YTN 방송 캡처
구수한 입담으로 인기가 높았던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종종 이런 예측을 내놓았다. 신기하게도 이 해설위원의 상식 밖 예측은 기가 막히게 딱 맞아떨어지곤 했다. 어떻게 그 해설위원이 칭찬만 하면 그렇게 선수들이 삼진을 당하고 병살타를 쳤던걸까? 



칭찬을 받은 후 타격이 나빠지는 이유?

넥센의 2017년 신인왕 이정후는 손가락 골절로 타격에 부진하자 ‘2년 차 징크스(첫해에 신인왕이 되거나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가 다음 해에는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는 것)’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 출처 동아일보

TV 해설자가 선수를 칭찬한 후에 타격이 나빠지는 것은 통계적 현상인 평균 회귀(regression to the mean)의 대표적 사례다. 평균 회귀 현상이란 어떤 측정에서 한 번 높은 점수가 나왔을 경우 통계적으로 다음번에 그보다는 낮은, 즉 평균에 보다 가까운 점수가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을 말한다.

해설자가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칭찬했다는 것은 그 타자가 전 타석에 안타를 쳤거나 최근 타격 성적이 평소보다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타자 A의 시즌 평균 타율은 2할5푼(25%)인다. 그런데 최근에는 5할(50%)을 쳤고, 특히 바로 지난 타석에서도 안타를 쳤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번 타석에도 그 기록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평균 회귀 원리에 따르면 이 타자가 이번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은 최근 타율(5할)보다는 시즌 평균 타율(2할5푼)에 가깝다. 잘할 가능성보다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게다가 원래 야구에서 타자는 3할 이상을 기록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 잘 치던 타자가 칭찬을 받다가 범타로 물러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출처 EBSstory 유튜브 캡처
평균 회귀 현상은 단순 통계적 사실일 뿐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이다. 모든 일의 성과는 능력과 운의 함수다. 그러나 능력과 성과 중 자기도 모르게 운 보다는 능력을 성과의 주 원인이라 생각하며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다.

운동선수의 성적도 실력과 운이 어우러진 결과다. 평소보다 뛰어난 플레이를 한 것은 실력보다는 운이 많이 따른 것이고 평소보다 형편없는 플레이는 운이 나빴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칭찬을 했더니 선수가 으쓱해져서 플레이가 나빠졌다 생각하며, 혼냈더니 정신 차려서 더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믿는다.(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게 훨씬 더 재밌고 본능에 충실한 설명이기에.) 모두 그럴듯한 원인을 갖다 붙여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하는 호모나랜스(Homo Narrans,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산물이다.



기업의 성과는 운칠기삼(運七技三)
평균 회귀 현상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경제, 경영,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흔하게 나타난다. 기업의 성공 또는 좋은 투자성과도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능력과 운이 결합한 결과다. 노벨경제학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에 따르면 역량 관련 요인과 성공의 상관관계는 기껏해야 0.3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운이라는 것. 즉,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그러니 올해 어떤 기업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다른 해보다 유독 운이 좋았던 것이며, 내년에는 오히려 올해의 평균 성과에 근접하거나 부족한 성과를 낼 확률이 더 높다.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 / 출처 DBR
평균 회귀 현상과 운의 역할에 대한 바른 이해는 투자 결정뿐만 아니라 기업 전략과 인사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의 성과에 전적으로 의존해 투자나 사업 예산 배정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오로지 기업의 역량 때문에 거둔 성공은 없으며, 큰 성공일수록 더욱 큰 행운이 따른 것이다. 올해 거둔 큰 성공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내년 역시 올해 같은 운이 따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니 도박과 다를 게 무엇인가?

성과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은 기업의 진짜 역량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기업은 예측 대상과 유사한 준거집단(reference group) 또는 기업을 선정하고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한 후 전문가 집단이 신중히 내린 분석 결과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도박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성과보다 과정 중심의 보상 체계가 더 공정할 수 있어···
평균 회귀 현상과 운의 존재에 대한 각성은 조직원 개인 차원의 성과 위주 평가와 보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개인 역량과 성과의 상관관계는 아무리 높게 보아도 0.3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결과다. 물론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노력과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뛰어난 능력을 투입했다 하더라도 운이 없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실력도 없고 노력도 안 한 사람이 능력도 출중하고 성실한 사람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 결국 성과만 가지고 인사평가와 보상을 결정하는 것은 운 좋은 사람에게 월급도 더 주고 승진시키자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운이 좋은 사람에게 과도한 보상을 하게 만드는 성과 위주의 인사·보상체계보다는 업무 능력과 노력을 정확하게 평가해 반영하는 ‘과정 중심의 인사·보상체계’가 더 공정하고, 또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도 높지 않을까?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2호
필자 김유겸


필자 약력
-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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