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노화는 없다” 일본 기업이 회춘하는 이유

“노화는 없다” 일본 기업이 회춘하는 이유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일본은 사람뿐 아니라 기업도 장수한다. 2016년 일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1867년 메이지유신 이전에 설립된 기업은 3343개사나 되는데 그중 역사가 500년이 넘는 기업은 41개사에 달한다. 조직이 점차 경직되면서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해 쇠퇴하는 기업들이 많은 가운데, 수백 년을 존속하는 일본 기업의 경우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그들이 늙지 않고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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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연대별 장수 기업 / 출처 DBR
① 중소 토착 비즈니스에 특화된 일본

먼저 일본의 장수기업을 살펴보자.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조사에 따르면 1916년 이전에 창업한 2만8972개사 중에서 제조업, 도소매업이 주류를 이루는데, 세부 업종으로 보면 일본 전통주인 사케, 된장, 간장 등 전통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규모별로는 중소형 기업이 장수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장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섬나라로 외세의 침략 위협이 적었던 덕분에 각 지역의 토착 비즈니스를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전통문화나 기술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강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대표적인 신궁(神宮)인 이세신궁에서는 20년마다 신궁의 구조물을 재건축하면서 소장품이나 옷들을 제작하는 행사인 ‘시키넨센구(式年遷宮)’가 1300년 동안이나 계속돼왔다. 행사에 필요한 나무며, 각종 소장품 및 금속가공품들은 오랜 시간 지역 주민들에 의해 마련되었고, 이러한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문화가 일본 장수기업에 반영되어 온 것이다. 
시키넨센구(式年遷宮) / 출처 isejingu.or.jp
또한, 각 지방에 토착한 장수기업은 오너 경영이 많고 고객과 종업원들로부터 신뢰를 중요시한다. 사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지 않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면서 장기적으로 번영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 기술적 강점을 가진 일본 중소기업 중에는 외국 기업들이 거액에 기업을 매각하라고 제안해도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 특유의 공동체 의식이 단기적 이익보다 공동체와의 공존공영을 강조해 장기적 경영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세계 최장수기업 곤고구미가 만든 일본 오사카성 / 출처 동아일보
여기에, 시대의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성향이 더해졌다. 일본은 고대국가 수립 과정에서부터 외부로부터 선진기술을 전수받고 이를 지키려는 의식이 강했다. 예를 들면 1600년대의 전국시대 말기에 일본 다도 문화가 정착하면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장수기업으로 성장했는데, 그 과정에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자기 기술이 기초가 되었다.



② 선진기술을 흡수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라

전통적인 강점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실제로 과거 20년간 퇴출된 100년 넘은 일본 장수기업은 무려 6793개사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변화 요구에 대응한 대기업들은 100년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메이지유신 이후 경제근대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고도 경제성장, 1990년대 이후의 버블 붕괴 등 일본 경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1915년에 창업한 섬유회사 테이진(Teijin)이 대표적인 예다. 테이진은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경제근대화 과정에서 해외 선진국으로부터 신기술, 신사업을 도입하고 국산화에 성공해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 데이진은 창업 당시 신기술이었던 레이온(인견)의 개발과 자체생산에 주력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고도 경제성장기에는 영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폴리에스터를 생산함으로써 의류용 합성섬유 회사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섬유기술에 투자하면서 탄소섬유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에 성공하는 한편 헬스케어 등 신규 사업을 개척해 나갔다. 
2017년 테이진이 CSP 사를 인수했다. / 출처 테이진 홈페이지
기업이 장수하기 위해서는 테이진과 같이 자사의 강점 기술을 발전시키는 한편 이를 시대의 변화 트렌드에 맞게 활용 범위를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M&A에 주력해 자사에 없는 경영 자원과 기술을 확보해 기술융합의 효과를 거뒀다. 테이진의 경우 2017년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기술을 가진 CSP(Continental Structural Plastics)사를 인수해 자사의 탄소섬유 기술을 융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끊임없는 제품 혁신이 ‘롱셀러’ 만든다

일본에는 소비재 시장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은 롱셀러(long seller) 상품을 갖고 있는 장수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고객이 의식하지 못한 니즈를 발명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신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고객의 생활 속에 제품을 깊숙이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출처 wonect.com
예컨대 1948년 창업한 닛신식품의 경우 1958년에 즉석 라면을 발명한 데 이어 1971년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도약한 컵라면을 개발해 ‘컵누들’이라는 브랜드를 롱셀러 제품으로 도약시키는 데 성공했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쉽게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컵라면은 식생활의 혁신이었다.

닛신식품은 컵누들이라는 브랜드의 제품 카테고리에 시대의 변화에 맞게 다양한 맛의 제품을 추가하고 있다. 닛신은 1990년 일본 식품업계에서 선두적으로 브랜드 매니저 제도를 도입해 담당자에게 권한을 집중시켰고, 2013년에는 각 부문에 3개월 이내 신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에 투입해야 한다는 규칙을 도입해 신제품 개발 속도를 높였다.

닛신식품처럼 롱셀러 제품이 낙후한 브랜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읽고,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서 히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기업 체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물론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제품을 과감히 포기하는 결정도 중요하다)



④ 소멸에 맞서는 생존 능력을 기를 것
출처 후지필름
장수기업이 되려면 자사가 속한 업종이 없어지거나 크게 바뀌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1934년에 설립한 후지필름은 본업이었던 사진 필름 시장이 사라지는 충격을 극복한 기업이다. 후지는 자사의 본업을 도태시킨 IT 혁명을 피하는 대신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1990년대 사진 기술에서 축적한 미세가공 기술을 LCD 필름 개발에 활용한 것이다. 또 자사의 필름 기술에서 축적한 미립자 가공 기술을 이용해서 헬스케어 분야까지 개척했다. 미세 가공기술을 통해 축적한 콜라겐 가공 능력, 필름의 품질 악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물질 가공 능력, 나노 레벨의 피부 침투 능력 등의 기술을 발전시켜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화장품을 개발했다.

후지필름과 같이 IT 혁명이나 고령화 등 기술 및 사회 트렌드의 의미를 자사의 기존 사업과 연계해 분석, 기존 강점 기술을 심화시키는 한편 부족한 기술은 M&A로 보완해 독보적인 강점사업으로 육성하는 식의 경영 전환의 성공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5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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