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5만년 된 나무’ 대형 테이블이 한가운데 떡∼서점, 책 읽고 머무는 플랫폼이 되다

‘5만년 된 나무’ 대형 테이블이 한가운데 떡∼서점, 책 읽고 머무는 플랫폼이 되다

[DBR]온라인이 오프라인 시장을 교란하는 시대다.단순히 모바일로 물건을 구매하고 택시를 부르는 행위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최근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기업들의 영역을 깊숙하게 침투하고 있다. 이른바‘O2O(Online to Offline)혁명’이다.

출판과 도서 유통 시장은 이런 온라인화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인 산업 중 하나다.전자책(e-book)이나 인터넷 서점은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우리 일상을 파고들었다.그러나 최근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서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국내 대형 서점의 선두주자인‘교보문고’가 그 주인공이다.

교보문고는 2015년 말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았다.서점을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서서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변화시킨 것이다.특히 교보문고 광화문점은3개월여의 리뉴얼을 통해 책을 담은‘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서점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무 테이블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명물이다 /출처 교보문고 광화문점 홈페이지

교보문고 변신의 핵심인‘카우리 소나무 테이블’은 광화문점의 아이콘이 됐다.대형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이 테이블에는 최대 100명의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다.이 테이블 덕분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서점이 아니라 대형 도서관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리모델링 후 실제 방문객 수가 소폭 증가했다. 매출도 경쟁 서점들과 비교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교보문고는  어떻게 이러한 노선을 가게 된 것일까. 이들이 제시한 서점의 새로운 모습 속으로 들어가 봤다. 



쇼핑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파코 언더힐이 쓴<쇼핑의 과학>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은 편해서는 안 된다.고객이 주저앉아 오랜 시간 제품을 구경하게 되면 다른 고객들과 충돌이 일어나고 이에 불편함을 느낀 고객들이 충돌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이를 서점에 대입해보면, 서점은 고객이 빠르게 책을 찾아서 구매를 한 후 나갈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대부분의 서점들은 책을 매우 빽빽하게 전시한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이 같은 생각은 교보문고 임직원들에게도 상식처럼 여겨졌다. 2014년 당시 허정도 대표(현 교보생명 전무)의 생각은 달랐다. 조금 비효율적이어도 서점 본연의 역할은 독자가 편하게 책을 읽고, 고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발상을 전환했다. 이에 교보문고가 독자들의 성향을 조사한 결과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하는 책 구입자들은‘편안하게 책을 읽을 공간’을 가장 원했다. ‘책을 읽을 때 눈치 주지 말라’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이에 서점 내 보유하고 있던 장기 재고 서적들을 창고나 물류센터 등으로 옮겨 공간을 확보했고 테스트를 거치면서 교보문고는 '매장을 독자 편의 위주로 바꿔도 매출이 안 떨어진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책에서 사람으로···독자가 편안한 공간


허대표는 마리오 아울렛에 있는 커다란 나무 탁자에서 영감을 받았다 /출처 마리오 아울렛

하지만 교보문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점에는 더욱 상징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고심하던 허대표는 우연한 기회에‘탁자’에 시선이 꽂혔다.업무 때문에 찾았던 가산디지털단지 내 마리오 아울렛에서 고풍스러운 느낌의 대형 나무 탁자를 발견한 것이다.

교보문고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카우리 나무를 들여온 경험이 있는 침대 제조업체를 통해 카우리 나무를 구매했다.소나무의 조상으로 불리는 카우리 나무는 수령이 2000년 이상으로 높이 50m까지 크게 자라는 데다 나무가 대단히 단단해 대지진 등으로 땅속에 매몰됐을 경우 수십만 년 동안 썩지 않고 보존되는 특성을 띈다.뉴질랜드 북쪽 늪지대에서 빙하기시절 지각변동으로 매몰된 카우리 나무가 대량으로 발견돼 지금도 채굴이 진행되고 있다.

교보문고가 구매한 카우리 나무는 2015년7월 채굴돼 뻘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채굴 후 이탈리아 로마의 사피엔자대 방사성탄소연구소의 연대 측정 결과4만8600년 전의 것으로 파악됐다.뻘에 파묻혀 공기가 차단된 덕분에 거의 썩지 않고 보존된 것이다.

카우리 소나무 테이블을 설치하는 모습 /출처 DBR

채굴된 카우리 나무는 운송을 위해 최대 허용치인11.5m로 잘려 이탈리아에서 가공됐다.이후9월 20일 배를 통해 부산항에 도착했으며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11월 초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설치됐다. 설치 작업은20명의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어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운반 비용,설치 비용 등을 다 합쳐 4억 6000만 원이 들었다.


높아진 고객 만족도…방문객 수 늘고 매출 증가에도 기여


카우리 소나무 테이블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출처 DBR
테이블이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실제 많은 이용객들이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아이부터 노인까지 수십 명이 둘러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어느새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SNS 상에는 달라진 교보문고의 인테리어에 대한 호평이 연이어 올라왔다.

교보문고 리뉴얼에 대한 만족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교보문고가 2016년 2월에 방문 고객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객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고객들의 만족감이 드러났다. 인테리어 개선 후‘서점의 변화가 독서나 구매 패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의 질문에79.4%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이유로는‘편안한 인테리어’와‘늘어난 독서공간’을 꼽았다.



출판 업계와 상생은 풀어야 할 숙제



이러한 교보문고의 변신에 출판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출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서가가 줄어들면 책 보유 종수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책을 노출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서점 내 서가가 줄게 되면 책을 홍보할 기회가 줄어든다. 

매대를 차지하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출처 교보문고 광화문점 페이스북

이에 매대를 차지하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실제로 광고 매대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경우 광고 매대 당 최소 금액이 100만 원을 넘는다고 알려졌다. 중소 출판사에겐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출판사만 계속 노출될 것이고, 소비자들의 책 선택 폭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파본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서점에서 책을 읽다 오손될 경우 대부분 출판사가 그 부담을 져야 해서 영세한 출판사들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는 "진열 서적의 수는 줄어도 종류는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며 "파본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96호
필자 장재웅

필자약력
- 동아일보 기자

비즈니스인사이트 김혜림 정리
businessinsigh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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