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시장보다 초과 수익 내는 펀드, 가능할까?

시장보다 초과 수익 내는 펀드, 가능할까?

영화 ‘부산행’ 에서 주인공 공유의 직업은 펀드매니저다. 기차에서 만난 마동석은 공유의 직업이 펀드매니저라는 얘기를 듣더니 그를 ‘개미핥기’라고 비꼰다. 개미투자자를 등쳐먹는 인간이라는 경멸적 의미다. 펀드매니저는 지난 20여 년간 굉장히 선망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까.

영화 '부산행'에서 공유는 바쁘고 냉정한 펀드 매니저로 나온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수익률이 집계되는 ‘국내 주식형 펀드’ 506개 펀드 가운데 5년 수익률이 0% 이상인 펀드는 375개, 10% 이상인 펀드는 236개에 불과하다(2017년 1월 9일 기준). 연이율이 2%인 예금금리만으로도 5년 수익률은 10%가 나온다. 그러니까 5년 수익률이 10% 미만인 상품은 은행 예금만도 못한 수익률로 액티브펀드의 가치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액티브펀드 안에는 연평균 2%의 판매 및 운용수수료까지 녹아 있다. 그래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내려면, 연평균 최소 4% 이상의 수익률, 5년 기준으로는 24% 이상의 수익률을 내야 은행 예금보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냈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준을 맞춘 펀드는, 다시 말해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좋은 펀드는 506개 중 143개에 불과하다. 액티브펀드 10개 중 7개 이상은 은행 예금보다 못한 성과를 냈다는 얘기다. 

액티브 펀드 10개 중 7개는 은행보다도 못한 수익률을 낸다

‌‘펀드매니저가 시장을 이길 수 있을까?’라고 하는 문제는 역사적인 자본시장 발달 과정과도 연관이 깊다. 1970~2000년대는 액티브펀드 운용이 우세한 시기였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높은 성장률을 발판으로 몇몇 개인투자자들이 엄청나게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전설적인 투자자라고 불리는 짐 로저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이 모두 급격히 성장하는 시대에 자신만의 통찰력과 운용 능력으로 막대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지금은 저금리, 저성장, 저수익 시대다. 시장이 한창 좋아 연 30% 수익을 낸다면 2~3% 수수료가 아까울 게 전혀 없다. 하 지만 기껏 연 2% 수익을 내는데 수수료로 2%를 낸다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저금리, 저성장, 저수익 시대, 액티브펀드로 수익 내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이유다.

액티브펀드가 성공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와 관리자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우리의 이해관계와 펀드매니저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펀드매니저에게 투자자들의 돈은 남의 돈이기 때문에 회전율을 높여서 단기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 중장기적인 수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라고 부른다. 


'주인-대리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 불일치 문제는 경제·경영학에서 중요한 이슈다

‌물론 펀드매니저도 높은 수익률을 내기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돈처럼 귀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또 수많은 고객의 리스크와 수익 선호도를 모두 맞춰줄 수도 없다. 당장 중요한 것은 결국 단기 성과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계획은 제대로 짜 볼 여건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한 번은 어느 PB가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개인들이 재테크에 실패하는 이유는 “장기투자를 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5년 이상 장기투자하면 펀드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액티브펀드 10개 중 7개는 5년 수익률이 은행 예금금리 수준에도 못 미쳤다. 미국의 경우에도 지난 1995 년부터 10년간 운용된 1,400여 개의 주식형 펀드 가운데 2~3%만 이 S&P500지수 수익률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이처럼 액티브펀드의 성과가 초라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패시브펀드다. 

시장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펀드가 적극적인 운용을 토대로 하는 액티브 펀드보다 성과가 좋다고?

패시브펀드란 수동적(Passive)이라는 말 그대로 시장지수, 즉 인덱스(Index)를 따라가는 펀드다. 그래서 인덱스펀드라고도 부른다. 간단히 시가총액대로 자산을 배분해 투자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 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곳 위주로 자산배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평균만 좇아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운용이 쉽고 수수료도 비교적 싸다. 

얼핏 생각하면 실력 좋은 펀드매니저가 타이밍 맞춰서 좋은 주식을 사고파는 액티브펀드가 시장 평균만 추종하는 패시브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과 달리 기존 펀드들의 수익률을 조사해보니 역사적으로 이러한 패시브 전략을 적용한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하게 운용된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예를 들어 2017년 1월 2일부터 2017년 7월 24일까지 코스피라는 인덱스에 투자한 사람은 2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레버리지 펀드나 ETF에 투자했다면 40%가 넘는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힘들게 기업 분석 같은 것을 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액티브하게 개별 종목에 투자한 사람 중 이만한 수익을 올린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힘들여 기업 분석 할 필요 없다. 지수만 따라가자!

액티브 투자의 이론적 배경이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 이론’이라면 패시브 투자의 이론적 배경은 퀀트 투자의 아버지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의 ‘포트폴리오 선택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그는 1952년에 이미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최적의 포트폴리오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시장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패시브펀드의 또 다른 직접적인 이론적 배경이 된 것이 유진 파마의 '효율적 시장 가설'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말 그대로 시장은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인데 매일, 매시간, 매초에 시장은 모든 정보와 사람들의 기대치를 수용하고 증권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식을 고르는 행위는 쓸모없게 된다. 

만약 완벽하게 ‘효율적 시장’이 있다면 이미 현재 가격에 모든 정보가 반영돼버려 유가증권 거래에서 추가 수익을 올릴 길이 없어진다. 여기서 시장의 효율성이란 새로운 정보가 얼마나 빨리 시장에 반영되는가의 정도며 효율적 시장이란 새로운 정보가 바 로 가치에 반영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즉 시장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이미 시장에 효율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에, 시장에 반영된 그대로 투자해 시장 전체 평균의 수익만큼만 얻겠다는 전략이 패시브 투자의 핵심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모든 투자자가 모든 정보를 동일하게 받아들여 동일하게 분석한다고 가정한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대개의 경제학 이론이 그렇듯 특정한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효율적 시장 가설의 가정은 다음의 세 가지다. 


● 모든 투자자는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받아들여 같은 방식으로 시장을 평가한다. 
● 모든 투자자가 같은 정보와 평가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한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 따라서 어느 한 투자자도 시장 수익률을 이길 수 없다. 



보다시피 극단적인 가정이다. 결코 현실을 100% 반영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둬야 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패시브펀드가 액티브펀드 수익률보다 높게 나타나는 데는 패시브펀드가 일반적으로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액티브펀드(주식, 채권, 선물 등)는 패시브펀드보다 높은 운용 비용, 거래비용 및 수수료, 잦은 턴오버(turn over)를 요구하기 때문에 펀드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패시브펀드보다 많다. 

대표적인 자산가격 결정이론인 CAPM 모델을 개발한 윌리엄 사프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경제학사전

1990년 노벨상을 받은 윌리엄 샤프(William Forsyth Sharpe)가 실증적으로 분석해보니 액티브펀드들의 수익률은 시장(패시브펀드)보다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만큼 수익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비용만 더 들어가고, 그 비용만큼 수익률이 낮았다는 얘기다. 물론 단기적으로 일부 액티브펀드가 더 좋은 성과를 달성하기도 하지만, 액티브펀드가 인덱스 펀드를 중장기적으로 앞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펀드매니저가 1년간 시장 평균보다 앞설 확률은 대략 30%이지만 2년 연속으로 앞설 확률은 10%, 3년 연속으로는 불과 1%대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좋았던 실적이 고꾸라진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한 시대를 달궜던 1990년대 말 바이코리아 펀드나 2007년 인사이트 펀드 등은 이미 잊힌 지 오래다. 2015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M자산운용의 M코리아 펀드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이 펀드는 2014년 3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2015년 최고의 히트상품이 돼 1조 3천억 원이 넘는 돈을 단숨에 빨아들였으나 그해 여름부터 수익률이 급락해 2016년에는 최악의 펀드로 기록되고 말았다. 

생각해보자. 긴 시간 동안의 역사적 수익률을 분석하면, 시장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과 비슷할 수밖에 없다. 시장 수익률이라는 건 어차피 시장에 참가하는 모든 투자자 수익률의 평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액티브펀드의 수익률 평균도 결국 시장 수익률에 수렴할 텐데 중요한 것은 액티브펀드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사는 펀드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이 저 거대한 금융회사와 비싼 연봉의 펀드매니저, 그리고 수많은 직원 월급으로 나가고 있다. 샤프는 이를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액티브펀드 수익률 = 시장 평균 수익률 – 비용 (판매수수료, 내재된 거래 수수료 등)


또한 액티브펀드는 종목을 사고파는, 이른바 턴오버를 패시브펀드보다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패시브는 시장 비율대로만 유지하고 있으면 되지만 액티브는 그때그때 계속 사고팔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수수료가 많이 든다. 수익률 편차가 큰 것도 문제다. 편차가 커지는 것 자체가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액티브펀드는 시장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보다 수익률 편차가 크고 펀드매니저가 예측한 업종 전망이 빗나가면 손실의 폭이 더욱 커진다. 

액티브 펀드는 매니저의 역량이나 전망에 따라 손실 폭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패시브 투자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의 원인이기도 한, 낮은 수수료다. 액티브펀드의 경우 구매비용이 평균 2.5%정도이나 인덱스펀드의 경우 0.7~1%초반대로 액티브펀드에 비해 최고 4분 의 1정도로 저렴하다. 이는 같은 수익률이 달성됐을 때 비용이 저렴한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더욱 높으며 중장기투자 시에는 인덱스펀드가 월등히 우월함을 설명해준다. 

패시브 투자의 또 다른 장점은 펀드 선택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선택을 할 필요가 확실히 적어진다. (물론 요즘에는 패시브펀드도 종류가 워낙 많아서 그중에서 고르는 것도 어려운 선택이긴 하지만 여전히 액티브펀드보다는 종류가 적고 변동성도 덜하다.) 1만여 개의 액티브펀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어디가 유망하니 빨리 투자해야 한다고 권하지만 얼마 전까지 잘나가던 펀드가 갑자기 위험해지는 일도 많다. 액티브펀드는 펀드에 따라 수익률의 편차가 커서 선택의 문제가 매우 어려우나 인덱스펀드의 경우 수익률의 편차가 크지 않다. 

인덱스 펀드 수익률은 펀드마다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인덱스펀드는 이런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낮은 판매수수료 때문이다. 인덱스펀드는 액티브펀드에 비해 판매수수료가 낮아 판매사의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물론 패시브라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많이 지적되고 있는 문제는 패시브는 현재의 시장 강자에게만 유리한 기득권 위주 현상 유지 투자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자산배분기능, 즉 현재는 비록 별 볼일 없어도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기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자산운용시장에서는 요새는 액티브 패시브 장점을 모은 뉴액티브 펀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펀드가 액티브와 패시브의 장점만 모은 것인지, 단점만 모은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필자 정재윤 MBC 기자, <4차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 저자

비즈니스인사이트 최한나 정리
businessinsigh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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