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늑대’라는 동물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외로운 한 마리 늑대? 음흉한 늑대? 늑대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 가운데, 뜻밖에 “늑대처럼 회사 생활을 하라”는 전문가의 조언이 있습니다. 대체 늑대의 어떤 모습을 회사 생활에 적용하라는 것일까요?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DBR에서는 협동을 중요시 여기는 툰드라 지역 늑대들의 무리 생활을 소개하며 그들의 울음소리에 주목합니다. 그 울음소리에 어떤 비밀이 있을지 함께 살펴보시죠.



늑대의 합창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는 언제나 겨울 같은 곳이다. 여름이 바람처럼 스치고 나면 모든 게 꽁꽁 어는 날들이 계속된다. 이때의 툰드라 지역은 생명체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그렇다고 생명체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극한 상황에도 힘차게 땅을 누비는 녀석들이 있다. 늑대들이다.


늑대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한 땅에서 살아간다


긴 겨울이 오면늑대 무리에는 긴장감이 돈다. 보통 늑대들은 무리를 짓고 살지만 이런 곳에서는 무리라고 할 수 없는 몇몇 마리만 함께 다닌다. 많은 입을 감당할 만한 먹이가 없는 까닭이다. 황량한 벌판은 말 그대로 황량할 뿐이어서 열심히 돌아다닌다고 없던 먹이가 생기지 않는다. 되레 있는 힘만 쓸 뿐이다. 늑대들은 이 매서운 겨울을 어떻게 버틸까?


물꼬를 트는 것은 우두머리다.늑대 우두머리는 무리들이 동굴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혼자서 먹이를 찾으러 나선다.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2∼3일씩 걸릴 수도 있다.살을 에는 눈보라와 강풍을 뚫고 먹잇감을 찾는 건 그야말로 고난의 여정이다. 그러다 겨우 먹잇감을 발견하면 길고 긴 울음소리로 동굴에 있는 무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먹을 걸 발견했으니 얼른 오라는 소리다.

하지만 항상 먹이 찾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며칠씩 돌아다녔는데도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올 때도 많다. 빈속으로 신호를 기다리던 무리들은 어떻게 대장을 맞이할까?녀석들은 초췌한 모습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대장을 씩씩한 환호성으로 맞아준다.최선을 다했다는 것을,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늑대 무리의 분열은 죽음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빈손으로 들어오는 날이 거듭되면 환호성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환호성 대신 침울한 분위기가 가득 차게 된다.더구나 굶주려 있다 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져 사소한 일에도 서로 으르렁대고 갈등이 증폭된다. 자칫하면 무리가 분열되는 심각한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

분열은 겨울 추위보다 위험하다. 녀석들이 무리를 짓고 사는 것은 힘을 합쳐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주로 목표로 하는 노루나 순록은 그들보다 훨씬 크고 빠르다.힘을 합치지 않으면 사냥할 수가 없다.그런데 분열이 생겨 팀워크가 깨지거나 혹시라도 뿔뿔이 흩어지는 불상사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두머리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노련한 우두머리는 이럴 때 머리를 어깻죽지에 파묻고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먹잇감을 찾았을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한 외침이다. 대장 늑대가 시작하면 다른 늑대들도 하나둘 동참한다.대장이 내는 음보다 반음 정도 낮은 음의 약간 변형된 소리를 내거나 대장의 소리와 교차시키는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구슬프면서도 감동적인‘합창’을 만들어간다.이른바‘늑대들의 합창’이다. 

늑대무리는 합창을 통해 분열되기 시작한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합창을 통해 '우리는 하나이고, 뭉쳐야 산다'를 되새긴다. 마음이 몸을 움직이는 것 처럼 몸도 마음을 움직인다. 한 목소리로 함께 우는 모습은 늑대 무리를 다시 단단하게 만든다. 기분이 바닥일 때 억지로라도 웃음 짓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합창의 힘


작은 개체들이 하나가 돼 큰 덩치를 만드는 협력하는 공동체,짜임새가 있는 조직은 자연이 터득한 중요한 지혜이다.하지만 원래 분화된 개체인 까닭에 공동체는 언제나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 있고 흩어지려고 한다.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이 원심력을 어떻게 구심력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인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합창'이다. 도대체 합창의 무엇이 이 대단한 힘을 만들까?


음악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준다

사실 합창뿐만 아니라 음악은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우리는 기분이 좋을 때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지만 힘들 때도 노래를 부른다.여럿이 함께 일할 때는 더욱 그렇다.모를 심거나 벼를 벨 때 부르는 노동요가 대표적이다.최근 연구결과들은 음악에 맞춰 함께 몸을 움직이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사회적 결속을 위한 주요 방법이라는 걸 잇따라 밝혀내고 있다. 군대 역시 훈련이나 전투를 할 때 군가를 부르고 북을 두드려댄다. 흥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음악이 제대로 된 조직을 만드는 접착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영국 레딩대에서 고고학을 연구하고 있는 인지고고학자 스티븐 미슨은“음악은 몸을 리드미컬하게 조율함으로써 집단적인 일이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돕기도 하지만 주로 인지적 조율을 꾀하는 듯하다”고 했다.인지적 조율이란“음악활동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공통된 감정상태를 갖고 서로를 신뢰하게 만들어주는 것”, 즉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증거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인류학자인 로빈 던바에 의하면 이 공통된 감정상태는 고통을 통제하는 엔도르핀이 뇌에서 분비되면서 생겨난다.함께 음악활동을 하면 엔도르핀이 생성돼 행복감을 느끼고 서로에게 호의적이 되는 것이다.신경생물학자인 월터 프리먼도 공동 음악활동을 하면 행복을 느끼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했다.음악활동이 사회적 유대를 강하게 하는 것이다.그래서 프리먼은“음악은 집단형성의 생명공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이 감정상태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점이다.1950년대 남아프리카 벤다족과 함께 오래 생활했던 영국의 사회인류학자 존 블래킹은 이들이 어떤 때에 공동으로 음악활동을 하는지를 알고 상당히 놀란 적이 있다.벤다족 사람들이 다 함께 음악활동을 하는 건 시간이 남아서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실은 정반대였다.그들은 식량이 풍부할 때 함께 춤추고 노래했다.또 구성원들이 각자 욕심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을 때 함께 노래했다.벤다족 사람들은 부족의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노래한 것이다. 그들은 함께 노래함으로써 다시 하나가 되었다.



회사가 힘들면 합창을 해라... 툰드라 늑대처럼



늑대들이 힘든 시기에 합창을 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실제로 음악은 조직원에게 동질감을 주고 서로 간의 결속력을 강화시킨다. 우리 사회에서도 노래를 통해 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영업을 강조하는 조직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 서로 노래하고 율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조직이 훌륭하게 구동되는 곳에는 이런 합창을 포함한 음악적인 요소들이 의외로 많이 쓰이고 있다.

'조직적'이란 '음악적'이다. 리더들은 조직 속에 음악이 흐를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딱딱하기만 한 회사 노래대신 모두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제대로 된 멋진 합창곡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프랑스 국가인‘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는 원래 군가였다.



‘(…)적의 피 묻은 깃발이 올려졌다. (…)그들이 우리 코앞까지 온다.우리의 자식과 아내의 목을 베기 위해.무기를 잡으라.대열을 갖추라. (…)나가라,나가라,나가자,나가자. (저들의)더러운 피가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도록!’

고상하고 숭고한 내용 대신 살벌함이 가득하다.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무서운 적을 향해 진군할 때 모두 다 같이 부르면 어떨까?떨리는 가슴이 진정되고 두려움이 적어지며 손이 불끈 쥐어질 것이다.없던 힘이 나고 심장박동 수가 같아지고 가슴이 뜨거워진다.합창의 매력 덕분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그것도 한목소리로 부르다 보면 서로 간의 동질과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모두가 힘이 들 때 다 함께 부르면 힘이 되는,힘이 나는,그래서 모두가 하나 되는 그런 합창곡,우리들의 노래,우리 회사에는 이런 노래가 있을까?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66호 
필자 서광원



필자약력
-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
- 전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기자
- 전 경향신문 기자

비즈니스 인사이트 김혜림 정리 
businessinsight@naver.com


* 표시하지 않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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